[女談餘談] 나도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이재연 정책뉴스부 기자

[女談餘談] 나도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이재연 정책뉴스부 기자

입력 2010-10-23 00:00
수정 2010-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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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이 결혼할 예정이다. 연년생인 자매지간, 어렸을 때부터 동생은 좋은 건 항상 언니인 내가 먼저라고 입이 나올 때가 많았다. 그런 동생이 인륜지대사라는 결혼은 언니를 제치고 나서다니 야릇한 기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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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연 정책뉴스부
이재연 정책뉴스부
반면 꼬마 적 나도 나대로 항변거리가 있었다. 동생이 짓궂은 남자애들과 싸우다 울면 쫓아가 ‘응징’하는 건 당연히 나의 몫, 소풍 가서 동생 챙기는 것도 나의 할 일이었다.

공부하는 법, 친구 사귀는 법도 내가 먼저 실수 연발로 익히면 뒤를 밟고 졸졸 따라오기만 하는 동생이 미울 때도 있었다. ‘보고 배울 언니’ 없이 모든 걸 알아서 해야 되는 기분이란 어린 마음에 허허벌판에서 홀로 바람맞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외쳤다. ‘넌 대신 언니가 있잖아.’

며칠 전 중앙부처의 한 여성 과장과 밥을 같이 먹었다. 한데 이 분의 하소연, 일견 공감이 갔다. 1990년대 중반, 행시 37회 동기 300여명 중 여자는 자신을 포함해 단 8명. 까마득한 막내 사무관 시절, 힘든 일이 있거나 의논상대가 필요할 때 여자 선배가 없었던 아쉬움은 아직도 사무치는 듯했다. 또 지금은 후배들 앞에서 간부급 롤모델이 되려니 그 역시 만만찮다. 동석한 후배 여사무관은 “일 잘해서 칭찬을 받든 구박(?)을 받든 따라갈 선배가 있어서 운이 좋다.”고 했다. “간혹 남자 상사처럼 교묘히 여자 후배들 사이에 분란을 조장하는 경우도 없다.”고 귀띔해준다.

요사이 공무원도, 기업도, 언론사도 갓 들어온 후배들은 여자들로 넘쳐난다. 그러나 허리 이상 여자 선배는 아직이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고위공무원단 1342명 중 여성은 36명, 2.6%에 불과하다. 중앙부처 5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이 11.3%(지난해 말 기준)인 것과 비교하면 미천한 수준이다. 10대 대기업 팀장급 이상 여성 간부는 199명으로 전체의 1.3%. 아직 멀었다.

남성보다 권력지향적 사회화가 덜된 상황에서 본으로 삼건, 반면교사로 삼건 간에 언니는 존재감 그 자체로 축복이라면 과장일까. 살갑게, 때론 깨져 가며 배운 공력을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으니 말이다. 나도 언니가 있었으면, 아니 많았으면 좋겠다.



oscal@seoul.co.kr
2010-10-2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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