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거꾸로 가는 교과부 시계/최재헌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거꾸로 가는 교과부 시계/최재헌 사회부 기자

입력 2010-07-22 00:00
수정 2010-07-22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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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헌 사회부 기자
최재헌 사회부 기자
순간, 뭔가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정부가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대비해 청소년들에게 ‘글로벌 에티켓’을 가르치는 교과서 보완자료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관계자와 만난 자리였다. 1970~80년대처럼 ‘외국인맞이 대국민 친절운동’을 국가적으로 펴던 때도 아니고, 2010년 한국 교육을 책임지는 교과부 관계자의 말이라니. 순간 ‘내가 1970~80년대에 와 있는 건 아닐까.’하는 착각이 들었다.

“외국에서는 모르는 사람과 눈만 마주쳐도 곧잘 인사를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슨 탓인지 너무 무뚝뚝해서 외국인을 만나도 잘 웃지도 않고….” 교과부 영어교육강화팀 관계자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그의 생각 속에는 모든 것이 서구식으로 획일화된 ‘일률적인 예절관’만 가득찬 것 같았다. 문화적 정체성이나 ‘우리 것’의 진면목에 대한 고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의 말대로라면 앞으로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난 사람들은 누구나 활짝 웃으며 ‘헬로~’라고 해야 할 판이다. 아니면 밑도 끝도 없이 ‘헤헤~’ 웃어보여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친절해서 나쁠 건 없다. 그러나 국민을 줄 세워 외국인에게 친절을 강요할 만큼 우리가 불친절한 국민일까.

정부는 G20 회의를 계기로 국격을 한 단계 향상시키기로 하고, 서울시와 교과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에 갖가지 행정 조치들을 지시했다. 이 중에는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침을 뱉는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한국을 찾았을 때 불편하거나 감추고 싶은 모습을 깡그리 감추고, 연출된 아름다움만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정말 올 11월에는 어린 학생들에게 때때옷 입혀 광화문 광장에 늘여 세우고 손이라도 흔들게 하는 건 아닌지, 참 난감하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그들, 외국 정상들이 바라는 건 가장 한국적인 모습일 텐데도 여전히 우리의 일상적 관습과 습속마저 후진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관료들의 경직된 문화관과, 우리 것에 대한 몰이해가 아쉬워도 너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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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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