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국회의원의 말장난/홍희경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국회의원의 말장난/홍희경 사회부 기자

입력 2010-04-22 00:00
수정 2010-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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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빈 칸을 채워보자. ‘○○ 평준화’, ‘전교조 교사가 많으면 학생 성적이 ○○○○’. 그 동안 상식 넓히기에 관심이 많았다면 전자는 ‘하향’으로, 후자는 ‘떨어진다’로 채울 것이다. 부단한 세뇌로 생각의 틀(프레임)이 고착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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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경 경제부 기자
홍희경 경제부 기자
전교조 관련 프레임은 지난 10여년간 보수단체들이 전교조 교사들이 공부 대신 이념교육을 시킨다는 점에 맞춰 공세를 펴온 데서 얻어진 결과다. 이들은 평준화 체제에서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진다고도 강조했다. 덕분에 프레임의 주도권은 같은 논리를 줄기차게 편 보수 진영의 ‘하향 평준화’로 정리됐다. 많은 이들이 그럴 것이라고 여기게 된 것이다.

한 번 형성된 프레임은 좀체 변하지 않는다. 프레임은 건드리지 않고 다른 변수로만 인식하려는 습성 때문이다. 전교조 활동이 활발한 광주 지역에서 점수가 높다는 ‘새로운 근거’가 나왔어도 “학생들이 열심히 했겠지….”라고 여길 뿐 기존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요 며칠간 하루가 멀다하고 교육 관련 원자료가 쏟아졌다. 일주일 새 ▲2010학년도 학교별 수능점수 ▲전교조 등 교원단체 명단 ▲2010학년도 서울시 고교 경쟁률 등이 국회의원들을 통해 새나왔다.

그런데 그 자료에는 기존 프레임을 뒤짚는 내용도 적잖았다. 광주에 이어 서울에서도 전교조 교사가 많은 학교의 수능 성적이 결코 낮지 않았다. 일반계고 중 수능 성적이 가장 좋은 서울 숙명여고의 경우 전교조 교사 수가 17명으로 교총 소속 13명보다 많았다. 이런 ‘사실’은 입맛에 맞게 자료를 취사선택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호소력을 못 갖지만 사실이다.

그런데도 의원들은 분석 없이 원자료 배포에 골몰한다. 자료의 출처를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나라를 들썩이게 한 혼란이 결국 이런 의원들이 즉흥적으로 공언한 ‘말 장난’을 생각없이 실천하려 한 결과는 아닌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다. 국회의원 몇몇이 한 나라의 교육을 두고 장난을 친대서야 그걸 어찌 백년대계라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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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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