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갈수록 힘빠지는 환경부/유진상 정책뉴스부 부장급

[데스크 시각] 갈수록 힘빠지는 환경부/유진상 정책뉴스부 부장급

입력 2009-12-25 12:00
수정 2009-12-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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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출입기자들이 올 한해 가장 많이 접한 보도자료를 꼽으라면 단연 4대강 정비사업일 것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자료를 줄기차게 배포했고, 뒤이어 시민·사회단체들은 반박자료를 잇따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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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상 정책뉴스부 부장급
유진상 정책뉴스부 부장급
특히 환경단체들은 국책사업이 발표될 때마다 개발논리에 밀려 환경부가 제 역할을 못한다고 질타했다. 일부에선 환경부 무용론까지 거론했다. 최근에는 세종시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방이전 우선순위로 환경부가 오르내리기도 했다. 물론 정운찬 총리가 현장을 방문해서 부처가 이원화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해 부처 이전계획은 백지화된 듯하다. 하지만 초장엔 환경부가 내려갈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만만한 게 환경부냐.’며 자괴 섞인 푸념을 토해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현 정부의 마스터플랜격인 4대강 사업에 대해 환경부가 내놓고 반기를 들기란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전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보전부처로서 존재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꼬집는다. 지금처럼 개발 우선정책으로 흐른다면 사전환경영향평가나 생태조사 등 환경부가 하는 일은 호사스러운 사치일 뿐이라고 폄하한다. 아예 절차를 무시해 버리면 공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개발논리에 제동을 거는 환경단체 위상도 환경부 처지나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전처럼 정책을 돌려세울 만큼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내부 결속력도 떨어져 쓸데없는 트집 잡기나 집단행동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정부로서는 그동안 굵직한 국책사업을 발표할 때마다 시민·사회단체에 발목 잡혀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하는 경향도 짙다. 2003년 3월 불교·천주교·원불교 등 종교계는 새만금간척지 사업으로 인한 환경훼손과 생명파괴 반대를 부르짖으며 65일 동안 삼보일배 수행을 실천했다. 또 참여정부 시절 천성산의 도롱뇽사건으로 네 차례(15개월)나 경부고속철 공사가 지연됐다. 환경단체 반대로 사업을 백지화했던 굴포천 공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새만금방조제는 예정대로 물막이공사가 끝났고, 천성산 터널도 뚫렸다. 경인운하 역시 ‘아라뱃길’이란 고상한 이름으로 개명돼 사업이 진행 중이다. 현재도 4대강 사업이나,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반대를 외치며 몇 개월째 시위를 벌이는 환경단체의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가 돼 돌아올 뿐이다. 심지어 환경운동은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고, 소수의 ‘집단이기주의’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현재 대한민국은 온통 공사 중이다. 4대강을 비롯, 새만금사업, 경인운하, 세종시 건설에다 최근엔 비무장지대 자전거길 프로젝트까지 발표했다. 여기에 뒤질세라 지방자치단체들도 앞다퉈 각종 개발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환경부가 벌이는 사전환경영향평가나 생태조사 등 제동장치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너그러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들러리를 서는 것에 급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18일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가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2012년 기후변화회의를 유치하겠다고 천명했다. 말로는 녹색성장과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노력 등 환경정책이 모범적이어서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실적을 운운하기엔 너무 이르다. 선언적 의미로 온실가스 저감목표를 정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올해 환경부는 200여건의 관련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가운데 고작 9건만 통과되고 나머지는 계류 중이다. 말로는 환경 우선정책을 외치지만 어느 하나 시원하게 힘이 실리는 구석이 없다. 환경부 직원들이 ‘힘 빠진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이제부터라도 지구환경을 중요시하는 세계흐름에 선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환경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유진상 정책뉴스부 부장급
2009-12-2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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