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분수 넘치는 지자체 신청사를 대하며/최병대 한양대 행정학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장

[시론] 분수 넘치는 지자체 신청사를 대하며/최병대 한양대 행정학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장

입력 2009-12-04 12:00
수정 2009-12-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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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지나다 웅장한 건물을 짓고 있는 한 공사현장과 우연히 마주쳤다. 도대체 무슨 건물이 저렇게 거창한지 확인해 보니 어느 대도시의 구청 건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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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대 한양대 행정학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장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장
이럴 즈음 성남시의 새로운 청사가 준공되어 집들이를 한다며 2억 7000만원의 혈세를 쏟아부으며 난리법석을 떨었다가 주민들의 호된 질책을 받고 있다. 같은 해에 준공한 용인시 신청사의 건축비와 면적규모(1415억원, 2만 4560평)가 전남도의 신청사(1112억원, 2만 4500평)보다 크고, 인구 100만명도 안 되는 성남시가 인구 1000만명의 서울특별시와 엇비슷한 규모와 건축비로 지은 호사스러운 신청사를 누가 이해하겠는가? 단체장의 집무실이 중앙부처 장관실이나 국회의원, 대기업의 계열사 사장실보다 큰 것이 비일비재하다니 주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1995년 민선자치 이후 지난해 7월까지 새로 지어진 신청사가 59개, 총 2조 4883억원으로 청사당 평균건립비용이 약 422억원이며, 이 가운데 약 15%가 지방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가 평균 31.2%인 것임을 감안할 때, 심히 우려를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또한 현재 신축 중이거나 신축계획인 지방자치단체는 광역 4개, 기초 15개에 이르고 있다.

모름지기 지방자치란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판단하여 행하며 더불어 책임도 함께 지는 것이다. 어느 누가 번듯한 건물에서 편안하게 근무하고 싶지 않겠느냐마는 일에도 우선순위가 있기 마련이다. 난 아직 우리나라의 공공청사가 낡고 극도로 시설이 열악하여 공무원이 근무하기가 극히 어려운 곳을 본 적이 없다.

선진외국의 공공청사를 방문해 보면 해당기관의 모든 기능이 한곳에 집중된 것을 찾아보기 어렵고 대개가 여러 곳으로 분산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세월의 흔적이 배어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으며 곳곳에서 보수의 망치질이 끊이지 않고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인들 번듯한 통합청사를 지어 모든 기능을 한곳에 모아 근무하고 싶은 욕구가 없을까마는 그들 나름대로 여러 분리된 공간을 적절하게 잘 활용하고 있다.

민선체제가 부활한 지 15년이 되고 있다. 일천한 지방자치 경험에 앞으로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나아가야 할 길이 험난하고 멀기만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방자치를 폄하하려는 움직임이 끊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한쪽에서는 기초자치단체의 통폐합이 상당한 정도로 논의되고 있으며, 시·도를 폐지하고 국가기관화하려는 움직임도 도사리고 있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한가로이 신청사를 짓고 호사스러운 집들이에 분주하다니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여! 그동안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이만큼이라도 자라나는 데 그대들이 흘린 땀이 얼마인가? 자칫하면 그대들이 흘린 땀을 한순간에 그대들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음을 아는가? 외화내빈, 속이 텅빈 채 겉모습만 화려하다고 주민들이 박수치며 환영하겠는가? 그동안 그대들이 흘린 땀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릴 것인가. 지금 이순간도 그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주민들의 눈초리가 보이지 않는가. 겉모습의 화려함보다 속이 꽉 찬 품격있는 지방자치를 기대해서는 안 되는가?

규모와 분수에 걸맞지 않은 호화청사, 다가오는 내년 6월 심판의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그대는 알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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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대 한양대 행정학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장
2009-12-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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