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마오타이주(茅台酒)’와 ‘베이징 카오야(烤鴨·오리구이)’, ‘불도장(佛跳墻)’ 등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즐겨 마신 마오타이주는 장향·순향·교저향 등 3가지 향을 지닌 원액을 오랫동안 숙성시켜 만들어 200가지의 독특하고 오묘한 맛과 향이 난다. 마오가 1972년 2월 베이징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그해 9월 다나카 가쿠에이 일본 총리와 건배한 술이 바로 마오타이주다. 이를 계기로 ‘명주’의 반열에 올랐다. ‘페킹 덕’으로 널리 알려진 ‘베이징 카오야’는 붉은 대춧빛에 바삭바삭한 맛의 껍질, 부드러운 육질이 한데 어우러진 완벽한 음식으로 평가받는다. 1971년 ‘핑퐁외교’로 방중한 헨리 키신저 미 국무부장관이 시식하며 알려진 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등 세계 정상들이 맛보면서 성가를 높였다. 고(故) 김일성 북한 주석은 생전에 베이징을 방문할 때마다 즐겼고, 2004년 방중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맛보기도 했다.
이미지 확대
김규환 국제부장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김규환 국제부장
‘냄새만 맡아도 스님이 담을 넘는다.’는 속설이 전해져 오는 ‘불도장’은 전복·샥스핀·해삼·선인장 열매·죽순 등 30가지의 식재료에 명주인 사오싱(紹興)주를 곁들여 요리한 음식. ‘불도장’도 1972년 닉슨 대통령이 방중 때 맛을 본 뒤 세계인의 입에 오르고 있다. ‘음식의 세계화’는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 때 자주 올리는 것이 가장 빠른 지름길인 셈이다.
‘한식의 세계화’가 화두로 등장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우선 널리 알리는 것이 급선무다. 그런 만큼 내달 18~19일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방한 때가 적기인 것으로 보인다. 이때 오바마의 한식 메뉴로 ‘막걸리’와 ‘잡채’, ‘비빔밥’을 추천한다. 막걸리는 최근 한·일 정상회담 오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부부와 건배해 ‘이름’을 얻었다. 게다 ‘국내외 막걸리 열풍’이 연일 외신을 타며 ‘세계인의 술’로 발돋움할 기틀이 마련됐다. 오바마 미 대통령과 건배할 때는 “옛날 한 장군이 임금으로부터 막걸리 한 통을 하사받았다. 한 통으로는 도저히 군사들과 나눠 마실 수가 없었다. 해서 막걸리를 물에 풀어 장군과 군사들이 함께 마셨다.” 한잔 술을 나눠 마시고 공동체 운명을 확인하는, 사회통합의 술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면 효과적이지 않을까.
세계인이 좋아하는 ‘잡채’는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미 뉴스채널 CNN에 출연, 잡채 요리법을 직접 시연해 주목을 받고 있다. 잡채를 먹을 때는 ‘잘 만든 잡채 한 접시가 권력을 얻는다.’란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광해군 일기’ 속에 “더덕으로 밀전병을 만들어 바친 한효순의 권력이 막강했으나 이후 임금에게 잡채를 만들어 바친 호조판서 이충의 권력을 당해낼 자가 없다.”는 잡채에 대한 기록이 있다(출처:음식잡학사전).
세계보건기구(WHO) 필립 제임스 국제비만대책위원장이 3년 전 비만방지에 좋은 웰빙음식으로 공식 인정한 ‘비빔밥’도 추천 대상이다. 고슬고슬한 밥 위에 온갖 나물과 고기를 넣어 비벼 먹으면 맛도 좋지만 영양도 그만이다. “비빔밥은 섣달 그믐날에 남은 음식은 해를 넘기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을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거나, 전란으로 임금이 몽진 길을 떠났는데 수라상에 올릴 게 변변치 않아 밥에 나물 몇 가지를 얹은 게 처음이었다는 유래, 일손이 바쁜 농사철에 밥과 반찬을 그릇에 담아내기가 번거로워 한데 비벼먹은 데서 나왔다.”는 등 여러 가지 설을 소개하면 오·만찬 분위기가 맛깔스러워지지 않을까.
음식은 ‘국격(國格)’을 높이는 중요한 소프트파워 중 하나다. 한식이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 열풍을 이어가면 한국의 위상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세계 곳곳에서 한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
김규환 국제부장 khkim@seoul.co.kr
2009-10-28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