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의 진정성/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시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의 진정성/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입력 2009-10-14 12:00
수정 2009-10-14 12:5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최근 국제사회에서 북핵 문제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다행히 이번에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소식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총 10시간여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와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핵심이다.

이미지 확대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지난주 말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3국 정상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유용성에 대해 공감하고 우리측 해법인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일괄타결)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동의함으로써 관련국간 협력적 분위기를 공고히 했다. 나아가 김정일 위원장이 원 총리를 통해 북·미 관계뿐 아니라 남북, 북·일 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고 알려짐으로써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노력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북한이 중국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들은 동아시아 관련국 모두의 바람 때문에 주목받고 있으나 동시에 그러한 연유로 한층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언급은 북·미 대화를 전제로, 북·미 회담에서 진전이 있을 경우 다자회담에 나설 수 있으며 그 틀에서 6자회담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북한의 어법에 충실한다면 북한의 핵문제 해법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북·미 회담에서 북한이 기대하는 바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와 북·미 관계가 평화관계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는 북핵 프로그램의 동결과 폐기 등 확산방지에 상응하여 대북제재 해제와 북·미 평화협정체결 등 관계 정상화와 나아가 주한미군의 철수 요구 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6자회담의 틀 속에서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하기 위한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6자회담 재개는 단순히 북한을 다자회담 틀 속에 묶어 두려는 형식뿐만 아니라 6자회담의 목적이 모든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를 지향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북한이 두 차례 핵실험을 했고 상당량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지만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그것이 6자회담의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의 6자회담 복귀는 북한의 선택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이 취해야 할 당연한 의무사항이기 때문에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의 희망찬 결의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일 수만은 없다.

김정일 위원장이 남북관계와 북·일 관계 개선 의향을 표명하고 중국은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적극 권고했지만 역시 북한의 의도를 속단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남북관계와 북·일 관계는 매우 빠른 속도로 개선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랜드 바겐을 제시하고 있으며 일본도 이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남북관계와 북·일 관계의 개선을 통해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동아시아에 평화가 보장될 수 없음은 누구보다도 북한이 잘 알고 있다.

북·미 협상을 위한 발판으로 제한하거나 제재완화를 위한 미봉책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모든 6자회담 참가국들은 차분하게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충실하면서 공동 조율된 정책으로 대북관계 개선에 임해야 한다.

중국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이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개선 의지를 표명한 직후 우리 정부가 제안한 적십자회담과 황강댐 관련 실무회담은 그런 면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의 진정성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2009-10-14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