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10·28 재보선의 공식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된다. 각 당 지도부는 이미 사실상 자신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가을 전투 체제에 돌입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당 역학 구도가 크게 출렁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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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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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우선 미디어법 투쟁 실패,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당 지지율 정체, 친노 그룹의 신당 창당 움직임 등의 악재로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에게 선거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조기 전당대회 요구가 드세질 것이다. 반대로 결과가 좋으면 유력한 대권후보의 반열에 오를 뿐만 아니라 민주세력 대통합의 구심점으로 부상하면서 내년 지방선거까지 정국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또한 선거에 지면 당내 개혁성향의 초선 의원들로부터 조기 퇴진의 압박에 시달릴 것이다. 반대로 이기면 내년 지방선거까지 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에 맞설 잠룡(潛龍)으로 부상할 것이다.
이번 재보선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현상 속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재보선=중간평가’라는 전통적인 선거 등식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있다. 지난 4월 재보선에서 집권당이 0대5로 참패했을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여당에 유리한 선거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듯하다. 친서민 중도 실용노선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한국 유치 성공과 같은 외교적 업적을 기반으로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50%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재보선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과연 여당이 16년 만에 ‘재보선 필패 징크스’를 깰 수 있느냐에 맞춰져 있다. 여당이 재보선에서 승리한 것은 지난 1993년 민자당이 6월에 승리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승리의 기준이 무엇이든 여당이 3곳에서 이기면 승리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5개 선거구 중 여당에 불리한 수도권 2곳과 충청 1곳이 포함돼 있는 ‘미니 총선’이기 때문이다.
한국 선거는 특유의 변수들 때문에 예측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이번 재보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응집력 변수이다. 진보와 보수 중 누가 어느 이슈로 자신의 고정층을 투표장으로 더 많이 끌어내느냐이다. 민주당은 “서민경제를 살리고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남북관계를 복원시키기 위해 민주개혁 진영이 꼭 승리해야 한다.”는 논리로 지지층에 접근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탄력을 받고 있는 경제 살리기에 힘을 보태기 위해 여당이 승리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심판과 경제살리기 중 어느 이슈가 먹힐지가 관건이다.
둘째, 중도층의 선택이다. 지난 7월 KBS와 동서리서치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의 경우 진보에 대해 ‘좋다’는 비율이 28.7%인 반면, ‘보수가 좋다’는 비율은 16.7%에 불과했다. 한편 진보에 대해 ‘나쁘다’는 비율은 19.7%인 반면, 보수에 대해 ‘나쁘다’는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은 29.7%였다. 대통령의 친서민 중도 실용노선 채택 이후 중도층의 기존 태도가 어떻게 투표에 반영되느냐가 관건이다.
셋째, 국정감사 변수이다. 남은 국감 기간 최고 권력과 연계된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 여당에 치명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재보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은 여당과 야당의 어느 한쪽이 몰락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당도 강해지고 야당도 강해져서 정치가 정상화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야 지도부가 벤치마킹할 대상은 U-20 월드컵에 출전했던 청소년 축구 대표팀이다. 비록 4강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한 모습이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찬사와 인정을 받았는가. 각 당 지도부도 과정을 존중하면서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선거도 국민에게 감동과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2009-10-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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