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세너지 경영/육철수 논설위원

[씨줄날줄] 세너지 경영/육철수 논설위원

입력 2009-10-09 12:00
수정 2009-10-09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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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홈런은 꽃이다. 9회말 역전 만루홈런은 꽃 중의 꽃이다. 홈런 한방에 숨은 물리학을 알고 나면 홈런타자에게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홈런은 타자가 공을 펜스 위로 넘기는 단순한 현상 같지만, 여기엔 수많은 최적의 조건들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선 투수가 시속 150㎞로 공을 던져줘야 한다. 타자는 적어도 0.2초 안에 칠까 말까 결정해야 하고, 찰나의 선택이 끝나면 방망이를 시속 140㎞ 이상으로 휘둘러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공을 방망이 끝에서 7㎝ 아래인 스위트 스팟(sweet spot)에 정확하게 맞혀야 한다. 하물며 9회말 역전 만루홈런? 이건 정말 신이 내린 하사품쯤 된다. 9회말까지 3점차 이하 스코어로 밀리고 있어야 하고, 주자가 누상에 꽉 찬 상태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홈런의 조건을 충족해야 하니 그 희소 가치를 말해 뭐하랴.

사람의 삶이나 기업경영은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야구경기와 유사한 점이 꽤 많다. 홈런이 저절로 터지는 게 아니듯 우리 주변의 성공한 인생, 초일류 기업들의 이면에는 반드시 만루홈런에 필적하는 뒷얘기가 숨겨져 있다. 기업 중에는 인수합병(M&A)이나 계열사 합병을 통한 각종 조건을 최적의 조합으로 엮어 ‘경영홈런’을 날린 곳이 적지 않다. 이른바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본 경우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엔 일부 대기업에서 시너지(syn+energy;통합의 힘)와 대척 개념인 ‘세너지’가 뜬다고 한다. senergy(separate+energy;분리의 힘), 즉 기업을 쪼개거나 분사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경영전략이다. SK와 LG그룹, 하나은행, 삼성전자 등이 최근 사업의 일부를 떼내 몸집을 줄임으로써 경영효율을 높이고 있는 게 좋은 사례다.

기업경영이 더하기 빼기만 잘해 이뤄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기업경영엔 야구의 홈런보다 전제 조건들이 훨씬 더 까다롭다. 더구나 인적자원과 시설, 자금과 안팎의 경영환경 등으로 최적의 조합을 이루려면 최고경영자(CEO)는 신의 경지가 돼야 한다. 기업이 시너지를 택하든 세너지를 택하든, 그 목적은 이익의 극대화다. 하지만 기업경영에서 홈런이 쉽지 않은 것은 그 내면에 물리학만으론 풀 수없는 유·무형의 난제들이 수두룩한 탓일 것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9-10-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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