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부시의 독설/김성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부시의 독설/김성호 논설위원

입력 2009-09-18 00:00
수정 2009-09-18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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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라 함은 미래와 나중을 위한 현실의 남김이다. 후대에 되돌려 보는 과거의 들춤은 때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파격의 결과로 재탄생한다. 조선왕조 500년 기록 조선왕조실록만 해도 행간의 기록들은 잊혀진 과거를 숨김없이 들춰 보인다. 석가의 말씀기록이라는 팔만대장경도 단순한 교훈 전언을 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남녀상열지사까지 담아 학계를 놀라게 한다.

기록이 미래와 나중을 향한 현실의 남김이라고 할 때 사실, 진실의 표현은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이다. 그래서 역사의 왜곡은 시대를 초월해 씻을 수 없는 범죄로 간주된다. 사실과 진실의 왜곡은 정신의 왜곡이기 때문이다. 일제가 침탈의 선제적 방편으로 삼은 것도 창씨개명과 일본어 강요에 얹은 조선의 역사날조·왜곡이었다.

공공의 기록은 뒤늦은 진실의 발견으로 해서 종종 적지 않은 파란과 충격을 초래한다. 많은 나라에서 정부와 공공기관 기록들에 대한 접근을 철저히 차단함은 그래서다. 개인 생애의 반추 기록이랄 수 있는 자서전이며 회고록도 공공의 영역에 들어서면 파문의 진원이 되기 일쑤다. 홀로 사는 생이 아닐 바에야 어쩔 수 없이 남과 갖는 고리의 연결에서 관계가 불러오는 작용들이다. 물론 사실, 진실의 기록일 때 일이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쏟아낸 독설들이 줄줄이 폭로돼 말썽이다.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연설문 작성자로 일했던 관료가 22일 펴낼 ‘백악관에서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라는 회고록이 발단이다. 부시가 재임 시절 오바마며 힐러리 클린턴, 조 바이든 같은 차기 대선 후보자며 관계자들을 겨눈 비아냥과 험담, 폄하의 말들이 가관이다. 대통령 분신처럼 행동했던 최측근의 폭로에 부시 측 인사들이 ‘배신’ 운운하며 펄펄 뛰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믿었던 심복에게 발등을 찍혔으니.

부시는 퇴임 후 잇따른 측근들의 폭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모두 자서전과 회고록을 통해서다. 정치역정에서의 일탈과 비리들이 구석구석 들춰지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닐 듯싶다. 하긴 진실의 발견으로 인해 불편해할 사람들이 어디 부시뿐일까. 기록은 무섭다.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09-09-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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