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헌법개정 논의 이제 진지하게 시작하자/장영수 고려대 법학대학원 헌법학 교수

[시론] 헌법개정 논의 이제 진지하게 시작하자/장영수 고려대 법학대학원 헌법학 교수

입력 2009-09-11 00:00
수정 2009-09-1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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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대학원 헌법학 교수
장영수 고려대 법학대학원 헌법학 교수
현행 헌법은 만 22년의 수명을 자랑하는 역대 최장수 헌법이다. 이전 헌법들의 평균수명이 5년도 채 되지 못했던 점을 생각하면 현행 헌법이 국민의 지지를 얼마나 많이 받아왔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현행 헌법이 20년이 넘는 수명을 기록하는 사이에 시대적 상황의 변화 또한 적지 않았다.

민주화의 진전에 따른 정치적·사회적 환경의 변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글로벌화에 따른 경제적·문화적 환경의 변화, 과학기술의 발달, 특히 생명과학 및 정보통신의 발달은 우리 삶의 조건을 크게 바꾸어 놓았고, 이를 수용하는 헌법개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의 해결을 위해서도 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에 원포인트 개헌이 추진되었을 때,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임기 말의 개헌이라는 점 때문에 반대 의견이 많았고, 결국 노 전 대통령이 여러 정당과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추진하는 것으로 합의함으로써 원포인트 개헌을 백지화했다.

이런 약속에 기초해 최근 국회에서 개헌에 대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국회의장 산하 헌법연구자문위원회의 보고서에는 헌법적 쟁점에 대한 다양한 개헌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자문위의 활동은 국민 의사를 직접 수렴해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개헌 논의를 위한 준비 작업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에 대한 정리의 성격이 컸다.

예컨대 정부 형태에 대해서도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할 경우와 이를 근본적으로 바꿀 경우로 나누면서, 전자의 경우에는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고 국무총리제 대신에 부통령제를 도입하는 안을 제시했고, 후자의 경우에는 의원내각제와 유사하게 의회의 다수파에 의해 내각을 구성하도록 하면서 대통령은 국민의 직선을 통해 선출하도록 함으로써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혼합형이라고 할 수 있는 이원정부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자문위가 준비작업을 수행해왔고, 이를 기초로 개헌 논의가 전개될 것을 예정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아직도 개헌에 대해 부정적인, 혹은 조심스러운 견해도 적지 않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정치 문화는, 그리고 국민의 주권의식은, 과거 집권의 연장이나 권력 강화를 위해 개헌을 시도할 수 있었던 시대와는 판이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 이상 개헌 문제를 조건반사적인 두려움을 갖고 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과거와는 달리 정치권이 아닌 학계에서 수년 전부터 개헌 논의가 진행됐고, 연구보고서까지 만들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개헌 과정은 신중해야 하며, 국민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진행돼야 한다. 현행 헌법이 역대 최장수 헌법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던 국민의 지지와 신뢰가 새로운 헌법 하에서도 유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개헌의 추진 과정 자체가 투명해지고, 국민 의사를 수렴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가 열려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개헌의 내용과 방향이 옳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국민에게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함으로써 불필요한 마찰과 충돌이 빚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개헌의 논의와 준비는 국민을 차분하게 설득하는 가운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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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대학원 헌법학 교수
2009-09-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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