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市 통합, 市長들만의 잔치? /박건승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市 통합, 市長들만의 잔치? /박건승 사회2부장

입력 2009-09-09 00:00
수정 2009-09-0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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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구 통합이 지방자치단체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경기 성남시와 하남시가 통합 추진을 선언한 이후 릴레이식 깜짝 발표가 이어지면서 자율적으로 행정구역을 합치겠다고 나선 지자체들이 20곳을 훌쩍 넘어섰다. 지자체간 자율통합 작업이 외견상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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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승 사회2부장
박건승 사회2부장
행정구역을 시대변화에 맞게 주민생활권과 경제권 등에 따라 적정 규모로 광역화한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리적·역사적·정서적 동질성이 강한 행정구역들을 생활권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행정의 효율화 측면에서도 불가피하다.

문제는 행정구역 통합 추진 과정에 지자체장들의 요란한 목소리만 있을 뿐, 정작 통합의 주체이자 내용물이어야 할 주민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민 의견을 제대로 들어 보지 않고 통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지자체장들, 상대 지역과 충분한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행정구역을 합치겠다고 대외적으로 공표하고 나선 지자체들이 도처에서 눈에 띈다. 주민들의 의사는 뒷전인 채 지자체장들이 일방적으로 통합을 주도하는 형국이다.

얼마 전 경기지역의 두 시장은 시 통합 방침을 전격 발표한 직후 지역사회로부터 거센 역풍을 맞았다. 통합 발표 전 지역사회의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략적 계산에 따라 통합 추진에 나섰다는 것이 이유였다. 특히 한 시장의 경우 통합결정 과정에서 시의회까지 철저히 외면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두 시장은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는, 지역발전을 위한 충정”이라고 강변했지만 지역사회에선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지적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두 시장의 소속 당에서조차 주민의견 수렴없이 서둘러 통합 방침을 발표한 것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나설 정도다.

경기지역의 또 다른 두 시의 통합 추진 과정도 입에 오르내린다. 한 시장이 상대 시장과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합 방침을 공표한 것이 화근이었다. 급기야 상대 시장이 “어떤 제안도 받은 적이 없고 통합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다.”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기도의 A시 시장은 B시와 통합하겠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엊그제 도에 냈다가 보기 좋게 ‘한 방’ 얻어맞았다. B시의 시장이 즉각 “A시가 일방적으로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며 “두 시는 재정자립도가 낮고 두 시를 합해도 인구가 적어 통합의 의미와 효과가 없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B시 시장은 한술 더 떠 이달 말까지 통합반대 서명운동을 벌여 유권자의 과반 이상을 끌어모을 계획이라고 했다. 경기도 역시 A시 시장만의 일방적 요구가 담긴 건의서를 행정안전부에 그대로 전달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A시 시장의 체면이 우습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율통합에 뛰어든 모든 시장들의 진정성이 의심을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행정구역 통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지자체장들에 대해서는 통합의 주체가 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들이 주도하는 통합은 지역 안에서, 또 지역 사이의 분열과 갈등을 키울 뿐이다.

주민이나 통합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한 채 통합을 추진했다가 나중에 주민투표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주민들 간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소지역주의가 더 고착화된다는 것은 앞서 진행된 동(洞) 통폐합이 가르쳐 준 교훈이다.

행안부는 시·군 자율통합 일정을 신축적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달 말까지로 예정된 통합건의 신청서 접수 기한을 최대한 늦춰 지자체장들이 주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고, 통합 대상 지자체와 충분히 협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민’이 빠진 행정구역 통합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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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승 사회2부장 ksp@seoul.co.kr
2009-09-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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