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談餘談] 따뜻한 꿈/강아연 문화부 기자

[女談餘談] 따뜻한 꿈/강아연 문화부 기자

입력 2009-07-25 00:00
수정 2009-07-25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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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연 산업부기자
강아연 산업부기자
‘따뜻한’이란 말은 언젠가부터 식상한 말이 되었다. 만약 누가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면, ‘뭐야? CF 찍는 것도 아니고….’라고 반응할지도 모른다. 물론 1990년대 초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란 커피 광고 카피가 유행하긴 했다.

흔해 빠진 말도 때에 따라선 울림이 크다. ‘따뜻한’이란 말도 남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건 그녀를 만나고서야 알았다. 그러니까, 얼마 전 영화배우 하지원씨를 만나 인터뷰했을 때다. 시간이 좀 남는지라, 보통 신인들에게 많이 하는 질문을 데뷔 15년차인 그녀에게도 해봤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세요?” “저는…”이라 입을 뗀 그녀는 심중에서 생각을 길어올리듯 천천히 말했다. “따뜻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대답을 듣고 처음에는 좀 시큰둥했다.

“가슴이 차가우면 어느 누구, 어떤 삶의 인생을 대신 살면서 연기할 때 그걸 풍부하게 표현 못할 것 같아요. 따뜻한 가슴을 가져야 연기할 때 더 많이 느낄 수 있고 더 많이 표현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더 따뜻해지려고 노력해요.” 바쁘게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던 손가락이 잠시 멈추었다. 의외의 답이었기 때문이다. 얘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묘한 감흥을 일으켰다. “배우를 떠나서 같은 사물을 봐도 그냥 하나를 느끼기보다 하나를 ‘더’ 느낄 수 있을 때, 그 사물에 대해 얘기하거나 표현할 때 더 풍부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제서야 앞서 들은, 영화 ‘바보’에서 피아니스트 역을 맡았을 때의 일화도 새롭게 다가왔다. 당시 피아노를 잘 치기 위해 눈만 뜨면 피아노를 치고, 피아노를 끌어안기도 했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었다. 심지어 피아노 아래에서 자기도 했다는 말을 듣고는 ‘뭘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꿈을 듣고 나서 생각해 보니, 그건 피아노를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연기를 하기 위해 기울인 그녀만의 따뜻한 몸부림이었다.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렇게 얘기한다면, 이제부턴 그 사람을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될 것 같다.

강아연 문화부 기자 arete@seoul.co.kr
2009-07-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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