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중국 전인대 민족위원회가 소집한 민족사업좌담회에서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화가 한 민족이 폭력으로써 다른 민족을 유린한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것은 반동적인 것이다. 그러나 동화가 여러 민족이 자연적으로 융합돼 번영으로 나가는 데서 이뤄진 것이라면 그것은 진보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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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승 아주대 중국현대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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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승 아주대 중국현대사 교수
그는 “현대화된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위해 반드시 이뤄 내야 할 것”이 민족단결이며 그것은 “대(大)한족주의와 지방 민족주의 극복”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심과 주변, 제국과 변강 관계로 설정됐던 소수민족과 중앙정부의 관계를 합리적으로 재구성해 내지 못하는 한, 중국의 사회주의 현대화는 이념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지난 5일 신장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대규모 민족 충돌은 그런 우려가 아직도 진행형임을 분명하게 드러냈고, 사후 처리과정을 보면 중앙정부의 의지가 어떤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이 사건이 중국정부의 민족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점은 그 충돌이 ‘국가 권력’ 대 ‘저항적 소수민족’ 사이의 전형적 대립이 아니라 민간에서의 ‘대한족주의’와 ‘지방민족주의’의 대립과 갈등의 산물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신장 지역을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위구르인이 처한 상황에 우려를 갖게 된다. 일부 성공한 사람들이 있기는 하나, 삶의 질에서 위구르인들은 자신들의 땅에서조차 중심에서 배제된, 주변적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관광지 주변에서도 위대한 위구르인의 역사를 만나기는 어렵지만, ‘실크로드’를 ‘개척한’ 한족 신화는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그것은 신장을 바라보는 한족의 시각이 식민지 확대에 골몰하고, 그것을 찬양했던 제국의 시선에 머물러 있음을 증언한다. 그래서 위구르자치구는 여전히 한족의 찬란했던 역사를 보여 주고 한족 식민지로 해석되는 제국의 변강으로 비쳐지게 된다. 중국의 서부 대개발 정책과 함께 확대된 시장경제의 신장 침투는 제국적 관점을 더욱 강화해 나갔다. 시장 적응력을 확보한 한족과 그렇지 못한 위구르인 사이의 경쟁관계에서 나타나는 위구르족의 좌절을, 이주해 온 한족들은 ‘게으르고,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으면서 불만 많은 위구르족의 한계’라는 인종주의적 편견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는 제국의 관점이 시장논리와 결합해 내면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런 논리체계와 ‘제국의 신민’들이 ‘변방 야만족’을 바라보던 과거 시선 사이에서 차이를 발견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중국 정부는 이 사건에 조직화된 배후가 있다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1일 상하이에서 나온 한 관변단체 성명서도 ‘테러리즘, 분열주의, 극단주의와 외부세력과의 합작’으로 이 문제의 본질을 정리했다. 이런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외부 영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영향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을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한 성찰이 중요한데, 중국 정부와 사회는 이 부분에서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저우언라이가 지적했듯이 동화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민족을 폭력으로 유린하거나 현실을 은폐해서는 위구르인들이 중국인으로 남아 있기 어려울 것이고, ‘진보적’ 민족문제 해결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제국을 지향하는가. 이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중국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다.
김태승 아주대 중국 근현대사 교수
2009-07-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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