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북한의 급변사태 철저히 대비할 때다/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론]북한의 급변사태 철저히 대비할 때다/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09-07-01 00:00
수정 2009-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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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현재 심각한 체제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문제 때문일 것이다. 그 동안 김 위원장은 중요한 모든 것을 자신이 직접 챙겨 옴으로써 권력의 공백을 철저히 차단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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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는 모든 것이 자신의 수중에서 놀아야 안심할 수 있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노동당의 요직 중 요직으로 통하는 당 비서국 조직지도부 부장 자리를 공석으로 둔 채, 자신이 직접 당을 직할통치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김일성 시대 김 위원장은 공식 후계자로서 당 조직지도부 부장을 맡으면서 이를 통해 북한 전체의 중요조직을 장악했다.

당 조직지도부 부장 자리를 지금까지 공석으로 두면서 직접 관리하고 있는 것은 2인자 권력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김 위원장의 권력철학을 반영한다. 오랫동안 김정일 위원장의 권력 후계자 지명이 공개리에 진행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권력을 끝까지 움켜쥐고 마지막까지 간 ‘아라파트’와 ‘카스트로’를 연상케 한다.

그런데 최근 갑자기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구도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현재 3남 김정운이 후계자로 내부지명이 끝난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김 위원장의 일신상의 문제가 훨씬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북한 지도부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발 빠르게 내부체제를 단속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장마당을 단속하고 체제이완 요소를 차단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특히 국경선을 통해서 ‘황색바람’이 침투하는 것을 막는 데 혈안이 되고 있는 듯하다. 미국의 두 여기자 억류·재판에 있어 어느 때보다 강경하다. 개성공단의 우리 직원 ‘유씨 억류’도 마찬가지다. 체제를 흔들려는 외부세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북한 당국의 위기감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 당국은 갑자기 군사적 위협 시위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역시 그들의 체제단속 조치와 무관하지 않다. 단·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 핵실험까지 밀어붙임으로써 세계를 경악케 했다. 북측도 이로 인해 국제적 제재가 심화되리라는 것을 충분히 계산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보다는 주변 강대국과 한국에 의한 인위적 체제 흔들기 움직임을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문제는 북한의 이러한 일련의 내부 움직임이 오히려 체제수명을 단축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이다. 핵·미사일 시위가 극단으로 치닫게 될 경우 중국을 포함한 주변 강대국의 입장이 한층 부정적으로 변화될 수도 있다. 한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등 군사위협에 맞서 군사적 대응 수단을 강화하게 됨으로써 한반도의 군비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북한의 추가적 군비증강 노력은 그들의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 환경은 북한 내부체제의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내부체제의 불안정이 확대되면 될수록 이를 차단하기 위한 물리적 강압수단도 강화될 것이다.

이는 다시 보다 큰 주민반발을 불러일으켜 걷잡을 수 없는 대규모 폭동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의 급변사태는 결코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철저한 사전대비가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9-07-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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