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비둘기賦/김종면 논설위원

[길섶에서] 비둘기賦/김종면 논설위원

입력 2009-06-18 00:00
수정 2009-06-18 01:0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를 보면 이 세상에서 새보다 더 무서운 게 없는 것 같다. 그 무지막지한 새떼의 습격이라니…. 히치콕의 스릴러가 아니더라도 내게 새는 꺼림의 대상이다. 출근길, 광화문 앞을 걷는데 비둘기 한마리가 퍼드덕 날아들었다. 움찔했다. 요놈의 새새끼 심약한 나를 놀라게 하다니 닭둘기 돼둘기 쥐둘기, 욕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이내 옹졸한 나를 발견했다. 사람이 그렇게 놀랐으면 동물은 또 얼마나 놀랐을까. 내가 새 수준인가. 새가 내 수준인가.

새색시 손바닥에서 야외촬영 폼을 잡던 너. 호사를 극하던 네가 어찌 유해동물이 돼 목숨을 구걸하는 ‘울밑에 선 봉선화’ 신세가 되었는고. 1840년대 미국 골드러시 시절 사내는 한 움큼의 사금에 영혼을 팔고 여인은 한숨 잘 곳을 위해 몸을 팔았다. 먹고살 길 없어 창녀가 된 여인의 이름은 ‘더럽혀진 비둘기(soiled dove)’. 오늘 아침 비둘기를 생각하니 그 시절 ‘주홍 아가씨’의 비극이 떠오른다. 구구구구∼가여운 작은 새! 하루하루의 삶이 굴욕이라 해도 죽지는 말아야지.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2009-06-18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