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최고 수준의 출산·보육대책 필요하다/정송학 서울 광진구청장

[기고] 세계최고 수준의 출산·보육대책 필요하다/정송학 서울 광진구청장

입력 2009-06-15 00:00
수정 2009-06-1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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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학 서울 광진구청장
정송학 서울 광진구청장
“세상을 살면서 가장 보기 좋은 모습이 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큰 아이의 손을 잡고, 작은 아이를 품에 안은 젊은 부부”라고 대답할 것이다.

출산율 세계 꼴찌인 이 나라에서 아이와 함께 있는 젊은 부부를 보면 두 손을 부여잡고 애국자라고 치켜세우고 싶을 정도로 기특하게 여겨진다. 저출산 문제를 얘기할 때 “요즘 젊은 부부들은 놀기만 좋아해서 도무지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사정을 한참 모르고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아이를 가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 요즘 부부들에게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게 두렵다. 주변 일가족의 헌신적인 도움이 없거나 많은 돈을 들이지 않으면 갓난아기를 제대로 돌봐줄 수 없다. 학부모가 되기는 더 어렵다. 금지옥엽 귀한 자식을 남들만큼 키우려면 엄청난 사교육비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먹는 것도 아껴야 할 지경이다.

저출산 대책을 얘기하면서 흔히 프랑스 사례를 많이 든다. 프랑스는 ‘국가가 아이를 책임진다.’는 보육정책을 펼친 끝에 출산율이 유럽 꼴찌에서 가장 많은 아이를 낳는 국가로 상황을 반전시켰다. 보육문제는 부모만의 것이 아니라 국가차원의 책임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젊은 부부가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특히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구감소가 진행 중인 일본도 ‘일이냐, 출산이냐.’라는 양자택일 구조가 저출산의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지난해부터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겠다는 내용의 10년짜리 저출산 대응 장기 전략을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 각 지자체들도 출산양육지원금 제도 등 출산율 제고를 위한 갖가지 대책을 짜내고 있다. 광진구도 현재 출산지원금을 더욱 늘리기 위해 조례개정을 추진 중이다.

특히 광진구를 일과 육아를 함께 할 수 있는 ‘워킹맘 천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2006년 28곳이었던 야간 보육시설을 지난해까지 51군데로 늘렸으며 올해 17곳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광진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24시간 보육시설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구청이 앞장서 육아휴직을 보장하기 위해 업무대행제 및 대체인력제를 도입, 여성 공무원들이 동료 눈치를 보지 않고 아이 기르기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으며 지역 기업들에도 육아휴직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족친화 모범기업’ 선정사업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저출산 극복은 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프랑스만 하더라도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3%에 가까운 예산을 출산·육아 정책에 쏟아붓고 있다. 결국 막대한 지원없이는 젊은 부모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고, 출산율도 높아질 수 없는 것이다. 출산·육아 문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사안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인 만큼 세계에서 가장 파격적인 출산·육아 대책을 내놔야 한다. GDP의 3%가 아니라 5%를 쓰더라도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 출산·보육 부담을 국민 모두가 함께 져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육아부담에서 자유로울 때, 아이 때문에 엄마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지장을 받지 않을 때, 우리나라는 출산율 꼴찌라는 꼬리표를 비로소 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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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학 서울 광진구청장
2009-06-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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