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빈 자리/김성호 논설위원

[길섶에서] 빈 자리/김성호 논설위원

입력 2009-05-25 00:00
수정 2009-05-2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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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언제부턴가 흔하게 마주치는 문구. 청결·양심을 부추기는 단문의 설득이 통쾌하다. 도덕과 절제가 숨은 목적일 터. 뒤 이을 사람, 즉 남은 자들에 대한 배려가 압권이 아닐까. 아름다움의 강요를 심어놓은 채….

‘빈 자리’. 누군가가 머물다 남겨 놓은 자리는 살아남은 자가 챙겨야 할 몫이다. 떠난 자는 말이 없다. 그래서 부재의 공간을 채워 다른 공간으로 바꿔야 할, 살아남은 자들은 더욱 슬퍼야만 한다. 상실의 허무보다 현실의 무게이다. 내가 떠난 뒤 빈 공간을 채울 이들도 생각해야 하고.

‘서거(逝去)’. 생의 종말을 겨눈 말 중 이보다 더 큰 것이 있을까. 빈 자리의 주인공을 향한 최상의 높임. 30년 만에 맞닥뜨린 최상칭의 죽음에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린다. 우리의 서거는 왜 이렇게 번번이 급작스러운 충격을 동반해야 하나. 남겨진 빈 자리를 놓고 얼마나 많은 말들과 몸짓들이 또 세상을 뒤덮을까. 아름다운 빈 자리를 만나기 위해 얼마나 더 기다려야만 하나. 지금 살아남은 자들은….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09-05-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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