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이 뻐근했다. 붓글씨를 대략 한시간여 쓴 뒤였다. 목 뒤며, 어깻죽지가 뻣뻣했다.이렇게 정성껏 뭘 해본 게 도대체 언제였던가. 자탄이 절로 나왔다.
지인의 소개로 서너해 전부터 서당에 다녔다. 말이 다닌 것이지, 실제는 한달에 두어차례 논어풀이 등을 귀로 흘려듣는 수준이었다. 얼마 전 선생님이 스스로 필사해 봐야 남는 게 있다는 말씀에 붓을 잡았다.
쉽지 않았다. 안평대군이 쓴 글을 교본 삼아 무작정 베꼈다. 베낀 게 아니라 그렸다. 일본산 세필에, 중국산 벼루며, 국산 한지 등 나름대로 문방사우 구색을 갖췄으나 글씨는 온통 삐뚤빼뚤했다.
어느새 붓 잡은 오른쪽 손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이러니 허리가 휘고 온 몸이 뻑적지근할 수밖에. 허리를 똑바로 갖는 게 이처럼 어려운 일인 줄 처음 알았다.
붓을 잡은 오른쪽과 빈 왼손의 어긋남. 바로 이게 허리를 지키지 못한 원인이었다. 제 몸통에서 뻗어난 두 갈래이건만 남 탓하듯이 타박하는 이 어리석음을 어찌 해야 할까.
박재범 논설실장 jaebum@seoul.co.kr
지인의 소개로 서너해 전부터 서당에 다녔다. 말이 다닌 것이지, 실제는 한달에 두어차례 논어풀이 등을 귀로 흘려듣는 수준이었다. 얼마 전 선생님이 스스로 필사해 봐야 남는 게 있다는 말씀에 붓을 잡았다.
쉽지 않았다. 안평대군이 쓴 글을 교본 삼아 무작정 베꼈다. 베낀 게 아니라 그렸다. 일본산 세필에, 중국산 벼루며, 국산 한지 등 나름대로 문방사우 구색을 갖췄으나 글씨는 온통 삐뚤빼뚤했다.
어느새 붓 잡은 오른쪽 손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이러니 허리가 휘고 온 몸이 뻑적지근할 수밖에. 허리를 똑바로 갖는 게 이처럼 어려운 일인 줄 처음 알았다.
붓을 잡은 오른쪽과 빈 왼손의 어긋남. 바로 이게 허리를 지키지 못한 원인이었다. 제 몸통에서 뻗어난 두 갈래이건만 남 탓하듯이 타박하는 이 어리석음을 어찌 해야 할까.
박재범 논설실장 jaebum@seoul.co.kr
2009-05-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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