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낮과 밤, 주말 구분 없이 부모들이 학교에 전화를 많이 건다. 시험기간에 어떤 학생이 부정행위를 해서 우리 아이가 피해를 입었으니 대책을 강구해 달라는 요구에서부터, 아이가 기숙사에 있는데 늦게 일어날 수 있으니 확인을 해달라는 요구까지 참으로 다양한 이유가 있다.
이미지 확대
황정숙 청강문화산업대 유아교육과 교수·학생복지처장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황정숙 청강문화산업대 유아교육과 교수·학생복지처장
이렇게 자녀를 위해 부모가 헬리콥터처럼 학교 주변을 맴돌며 사사건건 간섭하는 ‘헬리콥터 맘’, 이런 부모의 보호 속에 있는 자녀를 ‘캥거루족’이라고 하는 용어는 우리에게 더이상 낯설지 않다.
이는 핵가족화로 자녀의 수가 한두 명인 데다, 과거보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기면서 자녀 양육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권과의 교류를 통해 전통적 가치관과 규범이 변하고 있고, 인터넷을 비롯한 매스미디어의 영향으로 자녀교육에 대한 무제한의 정보들이 난무하면서 부모가 시대와 사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자녀 생활에 과도하게 개입하여 관리한 부모와 그 자녀의 10년,20년 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자녀의 경우에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물리적, 정신적으로 독립된 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고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적인 생활을 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부모의 경우에는 자녀를 분리해 내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과 갈등으로 심신의 건강을 잃어버리거나 가정 해체를 맞이하여 불우한 노인기를 보낼 수도 있다.
이는 부모와 자녀 당사자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풍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구직자들이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부모의 눈높이와 형편에 의존하여 웬만한 직장에는 취업을 하지 않으려 하는 현상도 이중 하나다. 비정규직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젊은이들이 직장생활의 고충을 쉽게 견디지 못해 결과적으로 이직률이 높아져 사회 전반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외에도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개인적인 의사결정능력과 책임의식이 부족한 데서 야기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사실상 부모와 자녀 간의 합리적 관계 형성이 잘못된 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부모와 자녀 간에 합리적 관계가 이뤄지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선을 넘지 않는 것이다. 즉 인간으로서 각각 독립된 존재임을 깨닫고 현재에 대한 판단과 결정, 미래에 대한 설계와 준비를 모두 각자의 몫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부모의 삶과 자녀의 삶에 있어서 최대공약수의 범위를 너무 크게 욕심내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바람직하다. 자녀의 사회화를 위해 꼭 필요한 시기에 부모가 잠시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이지, 부모가 자녀의 인생을 원하는 그림으로만 채울 수도 없고 자녀가 부모의 인생을 대신 리모델링해 줄 수도 없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도 자기가 입고 싶은 옷과 입기 싫은 옷이 있듯이, 좋고 싫음에 대한 선호가 분명히 있다. 사회를 거대한 오케스트라로 표현한다면 이러한 선호는 나중에 자녀들이 바이올린의 소리를 낼지, 첼로의 소리를 낼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종의 신호탄이다. 부모는 사회적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같은 자녀의 선호를 장려해 줘야 한다.
지금 자녀들이 해야 할 일을 부모들이 정해주고, 앞장서서 자녀의 장래를 걱정하고 있지 않은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자녀에게 무관심하거나 방관하는 것도 문제지만 자녀가 직접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자녀에게 선택할 기회를 준다는 것은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스스로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인격체가 되도록 돕는 것이다. 부모 인생의 주인이 자녀가 아니듯이, 자녀 인생의 주인은 부모가 아니라 자녀 그 자신인 것이다.
황정숙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유아교육과·학생복지처장
2008-08-27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