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노을 시편/천양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노을 시편/천양희

입력 2008-08-09 00:00
수정 2008-08-0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강 끝에 서서 서쪽으로 드는 노을을 봅니다

노을을 보는 건 참 오래된 일입니다 오래되어도 썩지 않는 것은 하늘입니다

하늘이 붉어질 때 두고 간 시들이

생각났습니다 피로 써라 그러면……생각은

새떼처럼 떠오르고 나는 아무것도

쓸 수 없어 마른 풀 몇개 분질렀습니다

피가 곧 정신이니……노을이 피로 쓴 시 같아

노을 두어 편 빌려 머리에서 가슴까지

길게 썼습니다 길다고 다 길이겠습니까

그때 하늘이 더 붉어졌습니다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하라……내 속으로 노을 뒤편이 드나들었습니다

쓰기 위해 써버린 많은 글자들 이름들

붉게 물듭니다 노을을 보는 건 참 오래된 일입니다
2008-08-09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연예인들의 음주방송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 방송인 전현무 씨와 가수 보아 씨가 취중 상태에서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요즘 이렇게 유명인들이 SNS 등을 통한 음주방송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음주를 조장하는 등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법 중 하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