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아이들 가슴속 촛불 끄려면/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오늘의 눈] 아이들 가슴속 촛불 끄려면/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입력 2008-06-25 00:00
수정 2008-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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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를 유발했던 10대 중·고생들이 집회 현장을 떠나고 있다. 원인을 두고 여러 얘기가 있지만, 앞으로 이슈가 있으면 이들이 또다시 거리로 나올 것이라고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미 이들에게 잘못된 현실은 촛불로 태울 수 있다는 ‘신앙’이 각인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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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준 사회2부 차장
김학준 사회2부 차장
무엇보다 이들이 다시 뛰쳐나올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는 것은 숨막히는 교육현실이다. 어린 학생들이 한달 넘게 거리로 나섰던 것도 그들 표현대로 ‘미친 교육’에 대한 절망 때문이었다.‘미친 소’는 불씨를 댕기는 구실을 했을 뿐이다.

새 정부의 ‘4·15 학교자율화 조치’ 이후 아이들의 삶은 더욱 고단해지고 있다. 가뜩이나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 등으로 시달리던 터에 0교시, 우열반이 부활하는 등 학교 자율화는 ‘학생 자율’을 옥죄고 있다. 스트레스가 지나치면 기성세대 기준에서의 ‘문제아’가 속출한다. 학교에 적응 못해 가출하거나, 자퇴한 뒤 검정고시를 치르겠다는 아이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현실에서 긴장된 생활을 하는 아이들은 탈출구를 모색하게 된다.2002년 월드컵 당시 학생들이 보여준, 상상을 초월한 열기 이면에는 ‘현실로부터의 탈출’에 대한 환호가 자리잡고 있었다. 촛불집회에 중·고생들이 ‘4·19 이후 처음’이라 할 만큼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리라고 예단하는 것은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엉망인 데다 정책 입안자들 또한 미덥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용’이라는 미명 아래 비합리와 비효율이 양산되고 있으며, 책상 위에서 짜낸 정책은 현실감이 너무 떨어진다.

아이들 가슴 속의 촛불은 숨막히는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당국자들에게는 공허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도덕 교과서의 ‘전시물’로 전락해 버린 전인교육이나 다양성 교육만이 촛불이 들불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펴본다.

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kimhj@seoul.co.kr
2008-06-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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