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쇠고기 협상의 법률적 쟁점/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옴부즈맨 칼럼] 쇠고기 협상의 법률적 쟁점/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입력 2008-06-17 00:00
수정 2008-06-17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논란이 최고조에 달한 지난 6월10일자 서울신문은 ‘쇠고기 고시, 헌법적 문제 있다’는 제목의 이석연 법제처장의 인터뷰 기사를 단독으로 취재하여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이 법제처장의 인터뷰 내용의 핵심은 “한·미 쇠고기 합의는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것인 만큼 법령이나, 아니면 최소한 부령을 통해 발효되도록 하여야 하고”,“법제적 심사도 거치지 않은 장관고시로 시행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문제가 크며”, 자신이 “재야에 있었더라면 헌법소원을 제기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미지 확대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
쇠고기 고시와 관련하여 현 정부의 법제처장이 장관고시의 위헌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어서 이 인터뷰 기사는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다른 신문과 방송 등의 매체도 이 처장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여 보도하였다. 서울신문도 11일자에서 장관고시의 위헌소지에 대한 법조계의 찬반 양론을 후속기사로 게재하였고 같은 날 사설에서도 ‘법제처장 고시 위헌성 지적 새겨들어야’라는 의견을 게재하였다.

쇠고기 협상을 둘러싼 논란은 쇠고기의 안전성을 따지는 과학적 논쟁의 단계로 출발하였지만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묻는 단계로 비화하였고 지금은 ‘재협상’이냐 아니면 ‘추가협상’이냐 하는 외교적 쟁점으로 부각되는 형국이다. 이 시점에서 쇠고기 수입협상 문제가 법률적 관점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매우 중요한 기사가치가 있는 보도이다.

다만 이 인터뷰 기사에서 담당 기자가 쇠고기 고시의 위헌적 소지를 언급한 이 처장에게 확실한 헌법적 근거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 처장은 인터뷰에서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이므로 법제적 심사가 필요한 법령이나 부령을 통해 발효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지만 구체적인 위헌소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헌법 또는 기타 법률적 조문이나 이와 유사한 이전의 판례 또는 사례를 적시하지는 않았다.

이 처장의 인터뷰 다음날 ‘찬반 논란’을 소개한 후속보도에서도 찬성 입장과 반대 입장을 가진 법률전문가의 의견만을 나란히 소개하였을 뿐, 법률적 근거가 되는 조문이나 실제 판례 또는 사례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구체적인 법률적 근거와 실증적 사례를 인용하지 않을 경우 장관고시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사실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둘러싼 법률적 논란은 비단 이 문제만이 아니다. 인터넷에서는 이미 지난 5월에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간에 합의한 문서가 조약도 아니고 협약이나 협정도 아니며 심지어 의정서도 아닌 협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보스턴 대학교 로스쿨에 재학중인 한 유학생의 지적에 따르면 양측 대표단이 서명한 한·미 쇠고기 협상 문서의 제목은 ‘쇠고기에 관한 한·미 협의 합의 요록’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한·미 협의 내용이 이처럼 낮은 수준의 합의라면 조약이나 협약 또는 협정을 파기하고 다시 원점에서 재협상하는 것은 국제신인도 면에서나 외교적으로 커다란 손실을 본다는 주장의 근거가 약해질 수도 있다. 한·미간에 합의한 사항은 단지 양측이 협상 중에 협의한 내용에 대한 회의록을 합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송기호 변호사는 기존의 헌법재판소 판례와 이전에 관련 장관들이 헌재 소장에게 보낸 공문의 논리를 인용하여 한·미 양국간 합의문서의 법률적 구속력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다.

문제는 이러한 논리와 주장 중에서 어떤 입장이 법률적으로 타당한지의 여부를 좀더 심도있게 검토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신문의 보도는 단순한 특종보도 이상의 가치가 있으며 좀더 치밀한 후속보도가 필요한 대목이다.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2008-06-17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쿠팡 가입유지 혹은 탈퇴할 것인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의혹 이후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사태 축소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30~31일 국회 청문회에서 보여준 관계자들의 불성실한 태도 또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이러한 논란에도 '탈퇴 회원은 많지 않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앞으로도 쿠팡 회원을 유지하실 생각입니까?
1. 유지할 계획인다.
2. 탈퇴를 고민 중이다.
3. 이미 탈퇴했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