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18대 총선결과와 매니페스토/ 라미경 순천향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시론] 18대 총선결과와 매니페스토/ 라미경 순천향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입력 2008-04-11 00:00
수정 2008-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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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경 순천향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
라미경 순천향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제18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역대 총선 중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2000년 제16대(57.2%)보다 11%나 더 낮은 46%로 나타났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각 정당들의 지각공천과 전략공천으로 유권자 혼란을 초래하고 대형 이슈의 부재와 공천갈등으로 인해 유권자들의 정치권 불신이 상당히 높았던 것을 원인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과연 이렇게 낮은 투표율로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진정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적 대표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번 총선결과 299개 의석 중 여당인 한나라당은 153석으로 안정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는 ‘불안한 승리’를 하고, 통합민주당은 81석으로 한나라당의 개헌저지선 100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고, 대전·충청권의 1당으로 부상한 자유선진당이 18석, 한나라당의 계파 분열로 창당된 친박연대가 14석, 민주노동당 5석, 창조한국당 3석, 그리고 무소속이 25석을 차지했다.

물론 이번 총선이 지난해 12월 대선 이후 4개월 만에 치르는 선거라 정당, 후보자 그리고 유권자 모두 선거준비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시기적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는 것은 총체적인 측면에서 깊이 반성할 일이다.

우선, 정당의 경우 상향식 공천이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공천심사위원회를 거쳤지만 개인과 계파간 이해관계에 의한 하향식 공천으로 후보를 내고 최소한 유권자가 알아야 할 권리조차 무시하는 몰염치를 보여주었다. 또한 정당의 결정에 불복하는 후보들이 급조하여 만든 정당이 선전하는 등 정당정치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대운하, 교육, 세제, 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갈등 현안들에 대한 합리적 토론은 배제된 채 혜택은 넓히고 늘리며 세금은 줄이고 덜 걷는다는 식의 선심성·민원성 공약만 난무했다.

후보자는 지역의 발전과 지역민을 위한 정책공약을 개발하고 TV나 언론매체를 통해 구체적인 정책의 실천가능성이나 우선순위 등을 놓고 진지한 토론을 벌여 유권자의 선택을 도왔어야 했다. 하지만 늦은 공천으로 준비되지 않은 후보자들은 정책토론회장에 나오지 않았고, 어지러운 여론조사의 결과는 더욱 혼란을 가중시켰다. 결국 사회적 갈등사안에 대한 치열한 토론과 토론내용을 바탕으로 한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으로 바람직한 정책대안을 선택하는 매니페스토 정책선거가 정당과 후보자들의 잘못된 경쟁으로 매몰된 선거였다.

국민의 투표에 의해 의회가 구성되고 대통령이 선출되지만 일단 구성되고 선출된 의회나 대통령을 국민이 제어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이 대의제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한계이다. 우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매니페스토 정책선거를 도입하여 새로운 정치문화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비록 낮은 투표율 속에서도 유권자들이 던진 표의 ‘황금비율’은 우리 정치를 직시하는 국민들의 저력과 예리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18대 국회에 입성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바라고 싶은 점은 의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정당정치와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켜나가고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국회의원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독자적인 의회 확립이 필수적이어야 한다. 이후 여력이 되면 국회를 건강하고 품격있는 논쟁의 장이 되도록 각별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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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경 순천향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
2008-04-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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