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아트의 창시자 고 백남준 선생은 예술사에 큰 획을 남긴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세계 각국의 유명 미술관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그가 작고한 2006년 타임지는 그를 아시아 영웅으로 선정했다. 백선생의 작품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입구에 설치된 ‘다다익선’이다.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그해 개천절인 10월3일 설치된 것이다. 개천절을 상징하는 1003대의 브라운관 TV 모니터를 탑처럼 쌓아올려 만들었다. 국내외 예술 애호가들은 일부러 국립현대미술관을 찾는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국립현대미술관측의 관리 소홀로 미술관의 간판 작품이자 백 선생의 일생 최대 역작인 ‘다다익선’이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이 작품 바로 위 천장에 대한 방수공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작품에 대한 보호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먼지는 물론이고 합판이나 콘크리트 파편이 작품 위로 그대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TV브라운관의 모니터가 훼손될 경우 오리지널 작품은 사라지고, 작품의 가치도 반감된다. 외부로 운반하기 어려운 예술작품 주변에서 공사를 할 때에는 작품이 훼손되지 않도록 안전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가치를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거장의 작품을 이렇게 소홀하게 다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이렇게 먼지가 많이 날릴 줄 몰랐다.”는 미술관 직원의 해명에는 말문이 막힌다.
얼마 전 온 국민의 가슴을 시커멓게 태웠던 숭례문 화재 참사를 보고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인가. 선진 한국이 되려면 문화시설에 대한 관리부터 업그레이드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 행정가들은 제발 정신차리기 바란다.
2008-03-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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