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버지의 통바지/송한수 국제부 차장

[길섶에서] 아버지의 통바지/송한수 국제부 차장

입력 2008-02-20 00:00
수정 2008-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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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바지 하나를 보냈다. 한창 젊었을 때 입던 것이다.“얘, 얼마 안 주면 고쳐 입을 수 있어.”

꼭 11년째 중풍을 앓고 계신 당신으로서는 생각이 간단찮았다. 다 큰 자식에게 입히고 싶었던 게다. 체격이 엇비슷한 녀석이라 조금만 손보면 괜찮으려니 하고. 아무렴, 그리 넉넉잖던 때 양복점에서 곧잘 빼입었다는 어른의 옷이니 때깔은 아직 살아 있다. 그런데 핀잔을 줘도 흘려들어 어쩔 수 없었다는 어머니의 걱정은 딱 들어맞았다. 옷 고치는 집에 갔더니 허리 둘레가 39인치 반이란다. 거의 10인치를 줄여야 한다.“아저씨, 어떻게든 좀…. 노인네가 무에 아깝다고 이다음 내려올 땐 이 바지 입고 오라시네요.”

혀를 차던 가게 주인은 줄자를 대고 바지를 돌려보더니 결단을 내렸다.“허벅지 쪽은 놔두고 허리만 줄여도 좋다면…. 젊은이한테 맞추진 못하고,33인치로 합시다.”

옷 걸치면 3인치를 꼭꼭 숨겨야 하니 웃음이 새 나온다. 갈 때마다 손사래를 쳐도 김치니 뭐니 바리바리 싸주는 어머니 고집도 만만찮다.

송한수 국제부 차장 onekor@seoul.co.kr

2008-02-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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