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둔 지금 선거 화제 이외에도 태안 앞바다 ‘허베이 스피리트’ 기름 유출 사건으로 인해 온 나라가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지난 7일 발생한 유조선 사고로 인해 태안반도 주변 바닷가와 양식장, 그리고 해양까지 광범위한 형태로 오염이 계속 확장되고 있는데, 기름 제거가 쉽지 않을뿐더러 생태계 피해가 오랜 세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태안반도가 어떤 곳인가. 세계 5대 갯벌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에서도 가장 맑고 깨끗한 곳이어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 아닌가. 이곳에 유조선서 유출된 1만t 이상의 원유가 쏟아져 나와 해안선 150㎞ 가운데 절반 이상을 기름이 뒤범벅을 이루고 있고 계속 확산중이니 피해 당사자인 어민과 인근 주민의 고통은 헤아릴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해안에서 발생한 기름유출 환경사고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1995년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유조선 ‘씨프린스’의 원유유출 사고로 어민 피해가 막대했고 해양오염도 심각했다.
그리고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최근 10년 사이에 총 3967건의 오염사고가 발생하여 1만 1589㎘의 기름이 유출되어 역시 해양을 오염시켰다. 이번 사고로 유출된 기름의 양은 과거 씨프린스의 두 배에 해당하면서 우리나라 지난 10년간 사고로 인한 기름 유출과 맞먹는 규모이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기름유출 사고는 오래 전부터 발생했다.1967년에 ‘토레이 캐니언’은 원유 11만 9000t을 운반하다가 영국 해안 암초와 부딪쳐 침몰하던 중에 영국 공군이 폭격을 가한 바 있다. 원유는 검은 그을음을 내면서 대기로 날아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반경 700㎞를 오염시키면서 수많은 물새 등을 애꿎게 희생시켰다. 최대 사건으로는 1979년 중미 트리니다드토바고 앞바다에서 충돌로 인해 침몰한 ‘애틀랜틱 엠프리스’가 28만 7000t을 유출시킨 바 있다.
이렇게 보면, 태안 앞바다 사고는 일회적으로 그칠 사안이 아니라 향후에도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인류가 빈곤서 벗어나기 위해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성장의 견인차로 과학기술에 의존했으며, 그 대표적 연료로 석유를 사용해 왔다. 그래서 오늘날 지속적 성장이 가능했고, 그에 따라 물질적 혜택도 가득 누리고 있으니 석유 미학이 풍요를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석유미학은 양면성을 띤 것이어서 풍요라는 밝음 이면에 어두움이라는 위험도 수반하고 있다.
죽음을 상징하는 흑색의 석유미학은 이미 가동 상태에 돌입했다. 이것은 지난 15일 기후변화협약 13차 당사국총회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폐막하면서 환경과의 경제전쟁을 선포한 것에서 알 수 있다.
1992년 리우에서 열린 유엔 환경개발회의는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교토의정서가 1997년에 채택되었다. 이때 38개 선진국은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기준 평균 5.2% 감축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이번 발리의 13차 총회는 실질적 이행을 위해 2009년까지 교토의정서보다 더 강력한 감축방안을 만든다는 데 합의했다.
이와 같은 초강력 방안에 대한 합의를 보게 된 배경에는 금년 초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향후 8년 안에 비상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인류는 기후와의 혹독한 전쟁을 치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린 것과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위험한 석유미학의 전주곡에 불과한 기름유출 사고예방과 사후처리를 위한 제도적 대처방안을 모색해야 할 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획기적 정책방안까지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할 것이다.
한면희 녹색대 교수
태안반도가 어떤 곳인가. 세계 5대 갯벌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에서도 가장 맑고 깨끗한 곳이어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 아닌가. 이곳에 유조선서 유출된 1만t 이상의 원유가 쏟아져 나와 해안선 150㎞ 가운데 절반 이상을 기름이 뒤범벅을 이루고 있고 계속 확산중이니 피해 당사자인 어민과 인근 주민의 고통은 헤아릴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해안에서 발생한 기름유출 환경사고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1995년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유조선 ‘씨프린스’의 원유유출 사고로 어민 피해가 막대했고 해양오염도 심각했다.
그리고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최근 10년 사이에 총 3967건의 오염사고가 발생하여 1만 1589㎘의 기름이 유출되어 역시 해양을 오염시켰다. 이번 사고로 유출된 기름의 양은 과거 씨프린스의 두 배에 해당하면서 우리나라 지난 10년간 사고로 인한 기름 유출과 맞먹는 규모이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기름유출 사고는 오래 전부터 발생했다.1967년에 ‘토레이 캐니언’은 원유 11만 9000t을 운반하다가 영국 해안 암초와 부딪쳐 침몰하던 중에 영국 공군이 폭격을 가한 바 있다. 원유는 검은 그을음을 내면서 대기로 날아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반경 700㎞를 오염시키면서 수많은 물새 등을 애꿎게 희생시켰다. 최대 사건으로는 1979년 중미 트리니다드토바고 앞바다에서 충돌로 인해 침몰한 ‘애틀랜틱 엠프리스’가 28만 7000t을 유출시킨 바 있다.
이렇게 보면, 태안 앞바다 사고는 일회적으로 그칠 사안이 아니라 향후에도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인류가 빈곤서 벗어나기 위해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성장의 견인차로 과학기술에 의존했으며, 그 대표적 연료로 석유를 사용해 왔다. 그래서 오늘날 지속적 성장이 가능했고, 그에 따라 물질적 혜택도 가득 누리고 있으니 석유 미학이 풍요를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석유미학은 양면성을 띤 것이어서 풍요라는 밝음 이면에 어두움이라는 위험도 수반하고 있다.
죽음을 상징하는 흑색의 석유미학은 이미 가동 상태에 돌입했다. 이것은 지난 15일 기후변화협약 13차 당사국총회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폐막하면서 환경과의 경제전쟁을 선포한 것에서 알 수 있다.
1992년 리우에서 열린 유엔 환경개발회의는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교토의정서가 1997년에 채택되었다. 이때 38개 선진국은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기준 평균 5.2% 감축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이번 발리의 13차 총회는 실질적 이행을 위해 2009년까지 교토의정서보다 더 강력한 감축방안을 만든다는 데 합의했다.
이와 같은 초강력 방안에 대한 합의를 보게 된 배경에는 금년 초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향후 8년 안에 비상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인류는 기후와의 혹독한 전쟁을 치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린 것과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위험한 석유미학의 전주곡에 불과한 기름유출 사고예방과 사후처리를 위한 제도적 대처방안을 모색해야 할 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획기적 정책방안까지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할 것이다.
한면희 녹색대 교수
2007-12-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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