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간으로 쓰는 소설/최태환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간으로 쓰는 소설/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7-12-15 00:00
수정 2007-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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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가슴이나 머리가 아니라, 간으로 쓴단다. 튼튼한 간만이 문제작을 만들 수 있다 했다. 작가 이기호의 주장이다. 글쓰는 이들이 히말라야를 오르고, 자전거를 타고, 마라톤을 하는 것, 애오라지 건강한 간을 위해서란다. 그는 간 수치가 높으면 시를 쓰고, 덜하면 소설을 쓰라고 권한다. 간 수치가 높은데도 소설을 쓰고 싶으면 우루사를 먹으라고 했다. 재치와 강변이 상큼하다. 몸과 영혼을 갉아가며 씨름하는 작가들의 아픔이 찌릿하게 전달되는 것 같다.

어떤 이는 소설 창작은 곡괭이를 들고 콘크리트 벽을 부수는 것과 같다 했다. 간으로 쓴다는 말과 통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간으로 쓴 소설은 그 맛이 너무 쓰다. 깊고 진하다. 처절한 경험과 현장학습, 탐구가 토해낸 아픔 때문이다. 조정래의 아리랑, 최명희의 혼불, 최인호의 잃어버린 왕국, 모두 간으로 쓴 소설이 아닐까. 작고한 이문구는 문장 하나 하나를 피를 찍어 쓴다고 했다. 이들의 고통이 깊을수록 우리는 억병으로 취해들어 간다. 새해에도 간이 건강한 작가를 자주 만나고 싶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2007-12-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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