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은행밥/황성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은행밥/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입력 2007-11-13 00:00
수정 2007-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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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지인의 부인이 서울 시내 한복판의 집 근처에 무더기로 떨어져 있는 은행 열매를 주워 만든 밥이라며 두 공기 분량과 함께 은행 한 봉지를 줬다. 홋카이도의 도마코마이란 시골에서 태어난 그 부인은 어릴 적부터 산나물을 캐러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은행열매가 한창 떨어질 무렵, 남편과 나란히 서울에서의 은행줍기도 그리 부끄럽기는커녕 즐겁게 할 수 있었단다.

어린 시절 살던 곳이 부산이긴 해도 코 닿는 곳에 구덕산이란 야트막한 산이 있어 곧잘 친구들과 방과 후에 놀러다녔다. 농촌이나 산골에 사는 아이들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산딸기를 따 그 자리에서 먹거나 버섯을 캐고, 도토리를 줍기도 한 기억이 있다.

회사 근처 은행 잎에 노란 물이 들어가고, 열매도 거의 다 떨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발 밑에 뒹구는 게 은행이었다. 받았던 밥을 며칠 전 해동시켜 먹어보니 서울산 은행밥이 제법 맛이 있었다. 이렇게 훌륭한 맛인 줄 알았더라면 체면 버리고 어릴 때처럼 열매라도 잔뜩 주울 걸 그랬다 싶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07-11-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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