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유에서건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국 정상들이 함께 만나는 기회를 갖는 것은 우리에게 좋은 일이다. 하지만 북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 정상 대면을 이끌어내는 작업은 대단히 어렵다. 이를 성사시키려면 정교한 계획, 그리고 열정적인 외교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정부 고위당국자들의 언행을 보면 전혀 그런 준비가 안 되어 있는 듯하다. 내부 조율도 못하면서 미국과 북한 정상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과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한국 외교를 끌고 가는 쌍두마차다. 두 사람이 그제 종전선언을 놓고 공개리에 견해차를 보였다. 백 실장은 “남북 정상 선언문에 담긴 3,4개국 정상들의 종전선언은 평화협상을 시작하자는 관련국들의 정치적·상징적 선언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에 송 장관은 “종전을 하려면 정치적·군사적·법적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맞받았다. 정치적 종전선언을 하기 위한 다자 정상회담을 서두르자는 주장과 비핵화가 이뤄진 뒤 평화협정의 한 부분으로 종전선언을 하자는 논리는 천양지차가 있다. 같은 날 두 핵심 당국자가 다른 소리를 하니 한심한 노릇이다. 이런 외교안보팀을 믿고 한반도 평화문제를 맡길 것인지 근본부터 회의감이 밀려 온다.
외교는 현실이다.4자 정상회담이 멀지 않은 장래에 성사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무리하면 역풍을 부른다. 당장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는 백 실장 언급에 냉소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야권에서는 대선용 이벤트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 내부 의견부터 조율, 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미국이 다자 정상회담에 응할 분위기가 아직 아니라면 6자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평화협상 개시를 선언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게 합리적이다.
2007-10-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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