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 유곡리의 풍수는 예부터 영남의 대표적 길지(吉地)로 꼽힌다.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어서 ‘닭실마을’이라고 불린다. 조선 중종 때 충재(忠齋) 권벌이 자리를 잡은 이래 안동 권씨 집성촌을 이룬다. 이 마을 안쪽에 500년 세월을 고고히 지켜낸 권씨 종택이 있다. 마당 한쪽엔 조선시대 정자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기품이 있다고 평가받는 청암정이 있다. 거북 모양의 바위를 그대로 살려 주춧돌과 기둥의 높이를 조절해 가며 지었다. 자연미와 인공미를 조화시킨 충재 선생의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지난 주말 안동 지역에 내려갔다가 닭실마을에 들렀다. 평소 굳게 닫혀 있던 고택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들여다 보니 대청에 광목 포장이 쳐져 있고 마당에는 조화가 늘어서 있다. 마을 사람에게 들으니 이날 종손의 발인이 있었다고 했다. 상여가 나간 빈집을 며느리들 대여섯이 지키고 있었다. 부인들은 운구행렬을 따르지 못하는 전통 때문이다. 종가 며느리, 듣기엔 좋지만 당사자들에겐 커다란 희생이 따르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지난 주말 안동 지역에 내려갔다가 닭실마을에 들렀다. 평소 굳게 닫혀 있던 고택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들여다 보니 대청에 광목 포장이 쳐져 있고 마당에는 조화가 늘어서 있다. 마을 사람에게 들으니 이날 종손의 발인이 있었다고 했다. 상여가 나간 빈집을 며느리들 대여섯이 지키고 있었다. 부인들은 운구행렬을 따르지 못하는 전통 때문이다. 종가 며느리, 듣기엔 좋지만 당사자들에겐 커다란 희생이 따르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7-10-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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