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후천성 면역결핍증(에이즈) 환자를 장애인으로 지정해 의료·복지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사회에서 에이즈 환자는 직장을 잃고 가족과도 단절돼 극빈층으로 전락하기 일쑤이다. 이같은 현실을 감안하면 에이즈 환자에 대한 의료·복지 혜택을 확대하려는 서울시 방침은 분명 환영할 만하다. 다만 에이즈 환자를 장애인으로 지정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방법이 잘못됐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우리사회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고 그 때문에 장애인들의 삶은 팍팍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장애인들의 생활여건을 개선해 주는 노력을 하기는커녕 에이즈 환자까지 장애인 범주에 포함시킨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장애인 가운데 에이즈 환자가 끼어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더욱 심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서울시는 일본 등 몇몇 선진국에서 에이즈 환자를 장애인에 포함시켜 각종 복지 혜택을 준다는 사실을 정책 추진의 근거로 내세운다. 그러나 장애인과 에이즈 환자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이 그 나라들과는 다른 만큼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자체가 무리이다. 국내 에이즈 환자는 6월말 현재 4051명이라고 한다. 그 정도 인원에게 의료·복지 혜택을 주는 방법은 얼마든지 따로 있을 것이다. 그들을 섣불리 장애인으로 지정해 기존 장애인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정책은 있어서는 안 된다.
2007-09-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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