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국회의원 학력 ‘참을수없는 가벼움’/정은주 기획탐사부 기자

[오늘의 눈] 국회의원 학력 ‘참을수없는 가벼움’/정은주 기획탐사부 기자

입력 2007-09-20 00:00
수정 2007-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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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에 ‘캐나다 콩코디아대 신문방송학 석사과정 수료’라고 적었네요. 기간은 1년이고. 학위를 못 받았나요?”

2002년 1월 서울신문의 최종 입사 면접장에서 한 심사위원이 이렇게 물었다.

“논문을 쓰지 않는 대학원 과정이라 석사 학위가 아니라 졸업 증서(Diploma)만 받았습니다. 그래서 수료라고 적었습니다.”

대학원 수료 학력은 캐나다로 유학간 지 3년 10개월만인 2001년 5월에 받은 것이다. 대학원 입학에 두 차례나 떨어져 유학기간은 길어졌다.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학업계획서 등을 제출하고 구두면접을 거쳐 대학원에 어렵사리 입학했다. 영어 실력이 부족했지만 원어민들과 경쟁해야 했다. 평균학점이 C 이하로 떨어져 유급을 당하지 않으려고 밤을 새워 공부했다. 마침내 33학점을 이수하고 지역신문사에서 3주간 인턴생활을 마친 후에야 대학원 수료를 이력서에 담았다. 그래서 대학원 수료의 학력은 소중했다. 다른 수많은 유학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학력을 검증하며 의원들이 ‘수료’라는 단어를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데 경악했다. 해외 대학원에서 수업만 청강해도, 비정규 과정에서 2개월만 수학해도, 객원연구원으로 5개월만 공부해도 ‘수료’라고 적고 있다. 수학 기간은 표시하지 않았다.

정규과정을 마치지도 않았는데 ‘수료’라고 말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의원 측은 “통상 정규코스가 아닌 것은 우리나라에서 수료라고 표현한다.”고 했다.“비정규과정 2개월이라도 끝마쳤으니까 합당하다.”는 답변도 나왔고,“뭐든지 끝마쳤으면 수료지, 그게 무슨 잘못이냐.”고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기준이라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력서에 ‘미국 ○○대 수료’라고 적을 수 있을 게다. 그러나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이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법률에 앞서 우리 양심이 허락하지 않고,‘수료’라는 단어의 무게감을 알기 때문이다. 그것을 모르는 것은 국회의원뿐일까.

정은주 기획탐사부 기자 ejung@seoul.co.kr
2007-09-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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