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즐거운 인생/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즐거운 인생/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입력 2007-08-27 00:00
수정 2007-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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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되어 기자 일과는 관계없이 몇 번 무대에 올랐다.19년 전 일이다. 문화운동패였는데 그 노래모임에서 기타를 치고 백코러스도 했다. 학생시절 학교 무대 말고는 번듯한 활동을 해 본 적 없는 실력이었다. 어느 날 “기타를 맡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왔다.“나같은 실력도 괜찮다면…”이라고 망설임 없이 저질러 버렸다. 회사 일을 마치고 밤 늦게까지 연습에 뒤풀이까지 마치면 새벽에야 집에 가는 생활이었다. 관객으로 가득 찬 공연장은 뿌듯함 이전에 언제나 공포가 앞섰다. 돌이켜보면 공연보다는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과 어울려 기타를 만지고 연습하는 게 더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회사에는 비밀로 했던 ‘이중 생활’은 반년도 지속하지 못하고 끝났다. 회사에 알려졌다간 일 날까 두려웠고, 밤 늦은 연습이 주는 피로도 쌓였기 때문이었다.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의 새 영화 ‘즐거운 인생’은 40대 중년 남자들이 어느 날 문득 밴드를 만든다는 얘기다. 회사에서 잘린 백수, 낮에는 택배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는 가장, 캐나다에 아이들과 부인을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들이 주인공이다. 기러기 아빠를 빼고는 금전적 여유도 없고, 집에다 “나 밴드해!”라고 말도 하기 힘든 처지들이다. 그렇지만 대학가요제에서 번번이 탈락했던 이들에겐 밴드 이름 ‘활화산’처럼 끓어오르는 꿈이 있었다. 기타를 치고, 드럼을 두드리며 신나게 노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웃기기도 하고 눈물도 난다.‘라디오 스타’에 이어 이 감독의 록 밴드 3부작 중 2부 격이다. 양극화 사회의 변두리에서 서성대는 이들이 록을 통해 뭉치고 소통하고 의지하는 모습이 즐겁다. 무엇보다 마이너리티 정서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감독의 재주가 신통하다.

감독이 던지려는 메시지가 여럿 있겠지만 영화 대사에도 나오듯 “하고 싶은 것 있으면 하고 사는 게 즐거운 인생이야.”라고 말하고 싶은 듯하다. 심리학자인 마리안 반 아이크 매케인은 ‘생각을 바꾸면 즐거운 인생이 시작된다’란 책에서 “오늘 시작한 작은 행동이 내 모든 것을 변화시키기 시작할 것이다.”라고 썼다. 나이가 들어 생활에 갇힌 지금, 그 많던 저지름의 충동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07-08-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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