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꽃컴퍼니 대표인 연극인 윤석화씨가 학력을 속였다고 엊그제 고백했다.1974년 이화여대에 입학했다가 연극에 빠져 1년 만에 자퇴했다고 그동안 공언한 내용이 거짓말이었음을 30여년 만에 스스로 밝힌 것이다. 윤씨의 고백을 듣고 착잡한 심경에 빠진 사람이 적지 않았으리라 본다. 실제 학력이야 어떻건 윤씨는, 소수의 동호인들이 즐기던 연극이라는 장르를 대중에게 돌려주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첫 ‘스타 연극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윤씨를 변명해 줄 생각은 없다. 윤씨가 연극계에 쌓은 공이 크다는 사실과 ‘학력 위조’라는 부도덕한 짓은 별개의 문제이다. 게다가 윤씨는 “너희는 공부 못해서 ○○ 갔지. 그래도 나는 이대 출신”이라는 식으로 학벌을 과시한 적이 있어 더욱 공분을 사고 있기도 하다. 다만 안타까운 일은 연극이라는 예술 행위가 학력과는 상관관계가 미약한 데도 왜 굳이 학력을 위조했을까 하는 점이다. 그 원인은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실력보다는 학력을 우선하는 사회 풍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윤석화씨말고도 만화가 이현세, 영화인 겸 개그맨 심형래씨 등이 ‘학력 위조’와 관련해 최근 구설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이다. 아울러 이들 모두는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뤄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 준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사회는 학력이라는 허울을 벗어던지고 실력이라는 ‘실질’을 택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번 ‘학력 위조’ 파동이 우리사회를 한 단계 진화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2007-08-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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