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여년전 신문 기사를 검색했다.1995년 첫 시행된 지방자치제도의 당시 분위기가 궁금해서였다. 시기 논란과 함께 단체장의 전문성, 청렴성을 주문하는 내용이 많았다.
올해는 지자제가 도입된 지 12년째다.4번째 민선 단체장도 임기 1년을 넘기고 있다. 이제 이 제도를 중간 점검할 때가 아닌가 싶다. 법률적 제재 수단도 하나씩 갖춰가고 있다. 지난 5월에 주민소환법이 발효됐고, 주민소환 청구는 단체장 퇴출의 칼날이 됐다.‘법률 잣대’도 강화돼 퇴출 선상에 오른 단체장이 많아졌다.10여년만에 변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최근 지역 신문에서 강원의 산골에 마련된 감자축제 사진을 봤다. 밭에 널브러진 감자들은 시골의 소박함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수천억 내지 1조원대의 지자체 개발 프로젝트가 나오는 요즘과 대비되는 사진이다.
전국에는 최근 몇년새 개발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중앙 정부는 국토균형발전 차원의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건설로 지방의 개발 분위기를 달구어 놓았다. 지자체들은 1조원을 오르내리는 사업을 거침없이 내놓고 있다. 이들은 지역과 주민에게 만족스러운 사업이다.
그렇지만 따져 보자. 사업비 조달 방안이 우선 궁금하다. 대부분 지자체가 사업을 만들어 중앙 정부와 협의하는 틀이다. 일부에서는 민자 유치도 내건다. 또 다른 지자체는 사업을 만들어 놓고 국회 등 정치권의 ‘입김’을 바란다.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안 되면 말고식’이다. 즉,‘장밋빛 공약→거창한 계획→현혹되는 주민, 땅값 상승→정치권 도움 요청→사업 재탕→사업 장기화’의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맞는 흐름일 게다. 그러나 세금으로 이들 사업비가 충당될까.
지자제 10년을 거치면서 지자체들의 ‘손’이 커졌다. 타당성 여부는 차치하고 사업 규모가 커졌다는 말이다. 전국 10개 혁신도시에서 풀릴 토지보상액도 어떤 곳에는 1조원 이상 된다고 한다. 한 광역지자체는 국제 행사를 무려 4개나 준비하고 있다.
또 조선산업이 호황이니 너도나도 조선산업 프로젝트를 내놓는다. 이대로 가다간 남·서해안 국토가 온통 배 만드는 땅이 될 것 같다. 관광사업도 마찬가지다. 전국이 관광 천국으로 변할 지경이다. 개발 프로젝트들은 벨트화하는 경향도 엿보인다. 이러다간 대한민국이 싱가포르, 홍콩을 키워 놓은 ‘꿀이 흐르는 땅’이 될 듯한 상상속에 빠진다. 이들 사업은 모두 주민 세금으로 추진된다. 그런데 세수(稅收)가 크게 늘었다는 말은 못 들었다. 이쯤에서 사업을 기획하고 프로젝트를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드는 거액 용역비가 궁금해진다. 모든 사업이 성공이란 라인을 밟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방은 변화의 선상에 서 있다. 중앙 정부, 지자체 차원이랄 것 없이 개발 사업이 한창이다. 역동적이다. 판단의 문제이지만 1조원대 사업이 얼마나 실효성 있고, 주민과 지역에 긍정적 역향을 줄까. 최근 실패로 끝난 평창겨울올림픽은 이런 점에서 반면교사로 삼기에 충분하다. 십수년전 강원도 지자체와 제주 지자체가 국제 천연동굴행사를 놓고 옥신각신했다.‘원조싸움’이었다. 지금, 요란했던 이 행사가 국제 행사로 자리잡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지자체들은 요즘 대규모 사업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연말 대통령 선거를 십분 활용하자는 목적이라고 한다. 다른 지자체에 뺏길까봐 먼저 계획을 세우고 발표를 한다. 이는 개발 프로젝트가 서로 비슷하다는 방증이다.
중앙 정부가 조정에 적극 나서야 할때다. 주민들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정부는 필요성과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하고, 주민은 개발의 ‘화려한 당근’에 혹해서는 안 된다. 보다 실현성 있고, 후유증이 없는 사업을 골라야 한다. 내실 있는 강원의 어느 산골 감자축제가 가슴 깊숙이 와닿는 이유이다.
정기홍 지방자치부장 hong@seoul.co.kr
올해는 지자제가 도입된 지 12년째다.4번째 민선 단체장도 임기 1년을 넘기고 있다. 이제 이 제도를 중간 점검할 때가 아닌가 싶다. 법률적 제재 수단도 하나씩 갖춰가고 있다. 지난 5월에 주민소환법이 발효됐고, 주민소환 청구는 단체장 퇴출의 칼날이 됐다.‘법률 잣대’도 강화돼 퇴출 선상에 오른 단체장이 많아졌다.10여년만에 변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최근 지역 신문에서 강원의 산골에 마련된 감자축제 사진을 봤다. 밭에 널브러진 감자들은 시골의 소박함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수천억 내지 1조원대의 지자체 개발 프로젝트가 나오는 요즘과 대비되는 사진이다.
전국에는 최근 몇년새 개발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중앙 정부는 국토균형발전 차원의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건설로 지방의 개발 분위기를 달구어 놓았다. 지자체들은 1조원을 오르내리는 사업을 거침없이 내놓고 있다. 이들은 지역과 주민에게 만족스러운 사업이다.
그렇지만 따져 보자. 사업비 조달 방안이 우선 궁금하다. 대부분 지자체가 사업을 만들어 중앙 정부와 협의하는 틀이다. 일부에서는 민자 유치도 내건다. 또 다른 지자체는 사업을 만들어 놓고 국회 등 정치권의 ‘입김’을 바란다.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안 되면 말고식’이다. 즉,‘장밋빛 공약→거창한 계획→현혹되는 주민, 땅값 상승→정치권 도움 요청→사업 재탕→사업 장기화’의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맞는 흐름일 게다. 그러나 세금으로 이들 사업비가 충당될까.
지자제 10년을 거치면서 지자체들의 ‘손’이 커졌다. 타당성 여부는 차치하고 사업 규모가 커졌다는 말이다. 전국 10개 혁신도시에서 풀릴 토지보상액도 어떤 곳에는 1조원 이상 된다고 한다. 한 광역지자체는 국제 행사를 무려 4개나 준비하고 있다.
또 조선산업이 호황이니 너도나도 조선산업 프로젝트를 내놓는다. 이대로 가다간 남·서해안 국토가 온통 배 만드는 땅이 될 것 같다. 관광사업도 마찬가지다. 전국이 관광 천국으로 변할 지경이다. 개발 프로젝트들은 벨트화하는 경향도 엿보인다. 이러다간 대한민국이 싱가포르, 홍콩을 키워 놓은 ‘꿀이 흐르는 땅’이 될 듯한 상상속에 빠진다. 이들 사업은 모두 주민 세금으로 추진된다. 그런데 세수(稅收)가 크게 늘었다는 말은 못 들었다. 이쯤에서 사업을 기획하고 프로젝트를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드는 거액 용역비가 궁금해진다. 모든 사업이 성공이란 라인을 밟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방은 변화의 선상에 서 있다. 중앙 정부, 지자체 차원이랄 것 없이 개발 사업이 한창이다. 역동적이다. 판단의 문제이지만 1조원대 사업이 얼마나 실효성 있고, 주민과 지역에 긍정적 역향을 줄까. 최근 실패로 끝난 평창겨울올림픽은 이런 점에서 반면교사로 삼기에 충분하다. 십수년전 강원도 지자체와 제주 지자체가 국제 천연동굴행사를 놓고 옥신각신했다.‘원조싸움’이었다. 지금, 요란했던 이 행사가 국제 행사로 자리잡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지자체들은 요즘 대규모 사업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연말 대통령 선거를 십분 활용하자는 목적이라고 한다. 다른 지자체에 뺏길까봐 먼저 계획을 세우고 발표를 한다. 이는 개발 프로젝트가 서로 비슷하다는 방증이다.
중앙 정부가 조정에 적극 나서야 할때다. 주민들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정부는 필요성과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하고, 주민은 개발의 ‘화려한 당근’에 혹해서는 안 된다. 보다 실현성 있고, 후유증이 없는 사업을 골라야 한다. 내실 있는 강원의 어느 산골 감자축제가 가슴 깊숙이 와닿는 이유이다.
정기홍 지방자치부장 hong@seoul.co.kr
2007-08-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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