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배리 본즈/육철수 논설위원

[씨줄날줄] 배리 본즈/육철수 논설위원

육철수 기자
입력 2007-08-07 00:00
수정 2007-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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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사이클 경기인 ‘투르 드 프랑스’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순히 대회가 재미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대회의 유명세에는 체력의 한계를 넘나드는 레이스 속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스포츠맨십과 인간미가 크게 일조했다. 우선 고환암을 딛고 7연패한 랜스 암스트롱의 불굴의 인간승리를 꼽을 수 있겠다. 다른 하나는 암스트롱과 얀 울리히가 승부를 뛰어넘어 나눈 뜨거운 우정이다.

울리히는 1997년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했고,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땐 금메달을 딴 독일의 사이클 영웅이다. 그러나 1999년 투르 드 프랑스 이후 이 대회에서 내리 4차례나 암스트롱에게 밀려 2위에 머물렀다. 그러던 차에 2003년 절호의 우승 기회를 맞았다. 선두를 달리던 암스트롱이 구경하던 어린이에게 걸려 넘어졌다. 하지만 울리히는 암스트롱이 일어나 페이스를 찾을 때까지 기다렸다.2년전 어느 대회에서 자신이 넘어졌을 때 암스트롱이 기다려 준 것처럼…. 암스트롱은 결국 이 대회에서 5연패를 이뤘고 울리히는 또 2등을 했다.

스포츠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다. 더구나 부(富)와 명예가 걸린 한판 대결에서 강력한 경쟁자에게 따뜻한 인간미를 발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관중들은 승패보다 스포츠맨십으로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이런 선수들을 보려고 경기장을 찾는지도 모른다. 스포츠엔 승리의 기쁨보다 한 차원 높은 감동이 그래서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미국 프로야구에 금자탑이 하나 올라갔다.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프로 입문 22년만에 755호 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행크 에런의 기록과 타이를 이룬 대업적이다. 그런데 본즈의 표정은 썩 밝지 않다. 흑인선수의 성공스토리가 감동을 줄 법도 한데, 이게 반감(半減)한 데는 그가 약물복용과 탈세혐의를 받고 있는 탓이다. 그래서인지 메이저리그 수장(커미셔너)은 홈런 순간 박수를 치지 않았다. 에런은 경기장에 아예 나타나지 않았단다. 축하해주기가 꺼림칙하다는 뜻일 게다. 본즈가 유죄판결을 받으면 대기록은 그저 ‘참고용’이라고 한다. 스포츠맨십의 훼손으로 온전하게 대접받지 못하는 본즈가 안타깝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7-08-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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