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談餘談] ‘반말과 존댓말’ /정은주 지방자치부 기자

[女談餘談] ‘반말과 존댓말’ /정은주 지방자치부 기자

정은주 기자
입력 2007-07-28 00:00
수정 2007-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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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한 캠페인 노래가 뭐요?(클린턴)”“곧 알게 돼요.(힐러리)”

서울신문은 지난달 22일 민주당 차기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남편 빌 클린턴과 미국 드라마 ‘소프라노스’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패러디한 온라인 동영상에 출연했다고 보도하면서 클린턴 부부의 대사를 이렇게 번역했다.

영어 원문 “What’s the winning song?” “You’ll see.”를 남편은 권위적인 ‘하오체’로, 아내는 공손한 ‘해요체’로 바꾸어 번역한 것이다. 클린턴 부부의 말투가 왜 이렇게 달라야 할까.

두 사람은 예일대 법과대학원 동창으로 1975년에 결혼했다. 이후 30년간 정치인생을 함께한 동지였다. 특히 힐러리가 2000년 11월, 뉴욕주 출신 첫 여성 상원이 되면서 ‘부부 대통령’의 꿈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학창 때부터 성공과 실패를 함께한 오랜 친구이기에 클린턴 부부의 말투는 서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아내와 남편의 언어 사용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아내에게 반말을, 아내는 남편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사회적 관습 때문이다.

지난해 9∼10월 지상파방송국의 외화 더빙 실태를 모니터한 결과에서 부부간 언어 불균형이 극명하게 나타났다. 부부관계가 나오는 외화 15편 가운데 80%인 12편에서 아내는 존댓말을, 남편은 반말을 사용하도록 더빙했다. 이러한 부부 언어차별이 힐러리 기사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실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자는 대학 때 동갑내기 남편을 만나 11년만에 결혼했다. 오랜 친구가 그렇듯 우리는 반말을 사용한다. 연인, 부부이기 전에 동등한 친구이기에. 그러나 사회는 우리를 더이상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는다. 남편의 반말은 자연스레 수용하지만, 기자는 말투 때문에 끊임없이 공격을 받는다. 집안 어르신은 버릇없이 군다고 꾸짖고, 직장 선배는 남편을 무시하냐고 비아냥거린다.

동갑이라도, 연상이라도 결혼하면 아내는 남편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이 ‘정상’이라고 강요한다. 남녀평등은 거침 없이 달리는데 부부평등은 제자리걸음이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2007-07-2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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