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이 앞장선 우리말글 파괴

[사설] 공공기관이 앞장선 우리말글 파괴

입력 2007-05-17 00:00
수정 2007-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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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글이 요즘 수난이다. 세계화와 인터넷의 영향으로 영어 등 외국어는 물론이요, 정체불명의 ‘외계어’까지 범람하는 탓이다. 이런 와중에 공공기관들이 앞장서 우리말글의 파괴를 부추기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공기업들 사이에선 영어식 이름갖기가 대유행이라고 한다. 실제로 많은 공기업이 최근 2년 동안 이름을 바꿨다.‘EX(한국도로공사)’‘KORAIL(한국철도공사)’‘SH공사(서울시 산하 도시개발공사)’‘aT(농수산물유통공사)’‘IBK(기업은행)’등이 대표적이다. 이 기업들은 관변 기업이라는 과거의 이미지를 벗고,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그럴싸한 취지를 곁들였다. 문제는 수억원을 들여 바꾼 국적불명의 새 이름들로는 이 기관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공기업의 고객은 국민이며, 국민에 대한 서비스가 공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란 사실을 망각한 처사라고 본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영어 사용도 도를 넘어섰다.‘하이 서울’ 캠페인이 성공을 거두자 ‘해피 수원’‘드림베이 마산’‘플라이 인천’등 영어 단어를 지자체 이름에 붙여 쓰는 곳이 많다. 서울 노원구청에서는 국제외국인학교 근처에 있는 식당 메뉴나 간판에 영어 병기를 강요하고 있고, 마포구는 동사무소를 없애고 ‘타운’이라는 것을 만들겠다고 한다. 도대체 이 나라에 민족정기가 살아있는지 의심스러워진다. 이름만 영어식으로 붙인다고 국제 경쟁력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우리말과 글을 사용하는 것을 외국인들은 더욱 가치있게 평가한다. 겉포장 바꾸는 데 연연할 것이 아니라 서비스 품질을 어떻게 개선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2007-05-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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