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진다. 살구꽃 복사꽃이 소리없이 내려 앉는다. 갈색 테라스가 비단길이다. 금세 흰 눈을 흩뿌린 것 같다. 대신 싸리나무와 주목, 철쭉은 밤새 연둣빛이 더욱 선명하다. 출근길 북악, 인왕산의 표정이 화사하다. 광화문 주변 라일락이 함부로 흐드러졌다. 자태만큼 향기가 고혹적이다.
언제부터일까. 사계중 봄 느낌이 가장 좋다. 새로움의 시작이 가슴 벅차게 해서일까. 나이 탓일까. 친구를 만나면 서로 묻는다.“좋은 봄날,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맞을 수 있을까.”모두 50줄이다.
운동 끝내고, 몇몇이 야외 찜질방을 찾았다. 땀 빼며 이런저런 얘기 나누고, 목도 축일 겸 해서다. 한 친구가 그랬다.“이제 여유 좀 갖고 삽시다. 오프로드를 뒤도 안 돌아보고 너무 오래 달리지 않았수?” 맞는 말이다. 찜질방엔 고목 몇 그루가 슬레이트지붕을 뚫고 서있다. 죽은 나무인가 했다. 검은 가지 사이로 파란 줄기가 돋았다. 빛이 없는데도 생명을 피워낸 집념이 신비롭다. 나이로만 젊음을 가늠하랴. 마음이 봄이면 그만인 것을.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언제부터일까. 사계중 봄 느낌이 가장 좋다. 새로움의 시작이 가슴 벅차게 해서일까. 나이 탓일까. 친구를 만나면 서로 묻는다.“좋은 봄날,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맞을 수 있을까.”모두 50줄이다.
운동 끝내고, 몇몇이 야외 찜질방을 찾았다. 땀 빼며 이런저런 얘기 나누고, 목도 축일 겸 해서다. 한 친구가 그랬다.“이제 여유 좀 갖고 삽시다. 오프로드를 뒤도 안 돌아보고 너무 오래 달리지 않았수?” 맞는 말이다. 찜질방엔 고목 몇 그루가 슬레이트지붕을 뚫고 서있다. 죽은 나무인가 했다. 검은 가지 사이로 파란 줄기가 돋았다. 빛이 없는데도 생명을 피워낸 집념이 신비롭다. 나이로만 젊음을 가늠하랴. 마음이 봄이면 그만인 것을.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2007-04-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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