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사이코패스/육철수 논설위원

[씨줄날줄] 사이코패스/육철수 논설위원

육철수 기자
입력 2007-04-21 00:00
수정 2007-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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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정신의학 잔혹사’(앤드루 스컬 저)를 보면 정신병 치료가 의료의 한 부분으로 편입된 것은 불과 90여년 전이다.1920년대 정신병 치료의 ‘거장’으로 불린 미국 뉴저지 주립병원의 헨리 코헨 박사는 정신병을 감염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환자들이 예외없이 충치를 갖고 있는 점을 발견하고는 이것이 정신병을 일으킨다고 여겼다. 그가 정신병을 치료한답시고 2년동안 뽑은 환자의 생니와 충치는 무려 1만개가 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정신병의 원인으로 생각되면 편도선을 자르고, 배를 갈라 위·십이지장·결장 등을 마구 떼어냈다. 결국 환자의 40%는 이렇게 무지막지한 치료를 못 견디고 숨졌다고 한다.

요즘 같으면 돌팔이 의사 취급받기 딱 알맞은 치료법이다. 하지만 당시 의학계에서는 ‘놀라운 의술’이라는 명성이 자자했다고 한다. 특히 이런 방식으로 시술한 결과 치료 성공률이 85%라는 발표까지 해서 ‘미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이 의술은 영국으로 전해지기도 했단다. 지금도 첨단 의학시대라지만 정신질환은 여전히 뾰족한 예방법이나 치료법이 없다. 증세에 따라 약물·심리치료에다 요양·격리수용이 거의 전부일 것이다. 원인이 워낙 다양해서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점이 맞춤치유를 어렵게 하는 요인일 것이다.

버지니아 총격사건의 용의자인 조승희씨가 사회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찬 사이코패스(Psychopath)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씨 때문에 잘 알려진 정신장애 현상이다. 특징은 죄를 짓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고, 냉정하며, 자신을 신과 같은 존재로 여긴다는 점이다. 겉은 멀쩡해서 말과 논리가 정연한데 속에는 비정상적 인격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이런 성격장애가 살인범에게서 자주 발견되지만, 출세하는 사람 중에도 간혹 있다니 놀랍다. 해괴망측한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니 멀쩡한 사람도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게 요즘 세상이다. 사고 친 뒤에야 범인의 정신상태를 분석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그에 앞서 자신과 타인의 정신세계가 다함께 아름답게 가꿔지도록 서로 배려와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7-04-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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