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만 현금 고집하는 이상한 신용사회

[사설] 정부만 현금 고집하는 이상한 신용사회

입력 2007-04-06 00:00
수정 2007-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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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사회라고 하지만 정부는 예외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서너장씩 신용카드를 갖고 있고, 대부분의 금전거래가 카드로 통하는 사회에서 정부만 현금을 고집하고 있어서다. 사실 세금과 벌금, 과태료에 대한 카드결제는 해묵은 난제다. 카드 수수료를 누가 부담할 것이며, 거래일 다음 달에야 이루어지는 카드결제와 세금 등의 납기를 일치시키기 어려운 점, 공공기관 카드결제기 설치비용 등이 만만찮아서 미루어져 온 사안이다.

연간 세수 170조원 가운데 30%만 신용카드를 써도 국세청이 부담해야 할 수수료가 1조원이 넘는다니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언제까지 신용사회의 편입을 거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경제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국민에게 카드결제를 종용한 게 정부 아닌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전문성 있는 국회의원들도 법 개정을 통한 카드결제를 모색했지만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그만큼 걸림돌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 등 상당수 지자체가 카드사와 가맹점 수수료 면제 계약을 맺어 카드납부를 시행중이다. 정부도 국민편의와 행정서비스 차원에서 이제는 세금 등의 카드결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수수료 문제는 요율을 최대한 낮추되 미국처럼 납세자가 전액 부담하게 하거나, 공공기관과 납세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민간 카드회사의 협조가 어렵다면 카드공사(公社)라도 설립해서 공공기관에 내야 할 세금 및 공과금의 카드결제를 수수료 없이 전담하게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신용불량 보완대책까지 정교하게 세워두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행정편의에만 안주할 게 아니라 어떻게든 국민 처지에서 행정을 펴려는 자세가 보이지 않아 아쉽다.

2007-04-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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