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응급환자 죽음 부른 의사 집단휴진

[사설] 응급환자 죽음 부른 의사 집단휴진

입력 2007-03-23 00:00
수정 2007-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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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내 밥그릇 지키기’ 집단휴진이 끝내 한 생명을 앗아갔다. 그제 의사와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조무사 5만여명이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의료법 개악 저지 궐기대회’를 갖는 동안 한 태국인 근로자가 병원을 전전하다 숨졌다. 점심식사 중 닭고기가 목에 걸려 의식을 잃은 이 근로자는 응급처치를 받았더라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 근로자는 의사들의 파업으로 간호사들만 지키는 병원을 헤매다가 길거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억울한 죽음이 아닐 수 없다.

의사들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의사들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악법’이라며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면 의사 면허증을 반납하고 무기한 휴진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환자들의 생명을 볼모로 한 협박이다. 하지만 의사들이 개악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은 환자의 권익을 강화한 것이다. 질병과 치료방법을 자세히 설명토록 한 ‘설명의무’ 신설이나 ‘허위 의무기록 작성 금지’‘표준진료지침’ 신설 등은 선진국의 의료법에도 명시된 조항이다. 이를 의사들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제약하는 규제로 몰아붙이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이대로 두라’는 의사들의 요구는 국민 건강권 위에 계속 군림하겠다는 뜻과 다를 바 없다.

의사들은 의약분업사태 이후 툭하면 밥그릇 지키기의 수단으로 집단휴진을 남발하고 있다.‘인술’은 오간데 없고 온통 ‘상술’뿐이다.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병원을 전전하다 생명을 잃은 태국인 근로자에게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2007-03-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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