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범생이’/이용원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범생이’/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7-03-17 00:00
수정 2007-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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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교복이 등장했다. 아들놈은 교복 없는 학교에서 중·고교를 마쳤는데 딸아이가 이번에 교복 입는 고교로 진학한 것이다.

배정 받은 고교는, 인근에서 인기 높은 전통 있는 사립여고이다. 그래서 진학이 결정되자 우리 부부는 기뻐했고 딸아이 친구들도 대부분 부러워했다. 그런데 막상 당사자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유는 단하나 “교복이 촌스러워서”였다.

딸아이가 교복을 샀다고 전화한 날 퇴근길을 서둘렀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얼른 교복을 입어보라고 재촉했다. 교복 입은 모습은 물론 예뻤지만 늘어뜨린 머리가 눈에 거슬렸다. 묶어보라고 했더니, 딸아이는 “그러면 너무 ‘범생이’같잖아.”라며 고개를 저었다.

남에게 모범생처럼 보이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 나이이다. 하지만 깨끗한 교복에 단정한 머리 모양을 원하는 게 부모의 복고 취향만은 아닐 터이다. 아이는 요즘 머리를 묶고 다닌다.“범생이네.”라고 놀리면 “학생이니까….”하고 씩 웃는다. 아이도 이제 ‘단정한 아름다움’에 눈 뜬 모양인가.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7-03-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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