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스텍 수석 졸업생이 의대 가는 현실

[사설] 포스텍 수석 졸업생이 의대 가는 현실

입력 2007-02-28 00:00
수정 2007-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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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옛 포항공대)에 수석으로 입학해 생화학을 전공한 뒤 졸업할 때도 수석을 차지한 여학생이 서울대 의대로 편입한 사실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학생의 성적은 포스텍이 20년동안 배출한 수석졸업생 가운데서도 두번째로 높은 점수였다고 하니, 본인 스스로 전공 분야 공부에 얼마나 매진했을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또 주변 사람들에게서 ‘한국 과학계의 차세대 리더’로 큰 기대를 모았을 테고 그만큼 장래도 보장받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과학자의 길을 포기하고 의대에 편입해 진로를 바꿨으니, 한국 이공계의 위기를 상징하는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학생은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이공계에선 박사 학위를 따도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했다.”고 밝혔다. 진급에 한계가 있고 이른 나이에 잘릴까 봐 걱정하는 선배들이 많다는 것이다. 아울러 학부를 졸업하고 취업해 봐야 ‘허드렛일’이나 한다든지, 대학원에 진학해도 군인이나 다름없이 교수에게 복종해야 하는 분위기도 지적했다. 하나 하나가 이공계 위기를 불러온 우리사회의 풍토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발언들이다.

정원이 50명인 서울대 생명과학부 졸업생(예정자 포함) 가운데 지난해 30여명이 의학·치의학 전문대학원에 진학하고자 MEET와 DEET에 응시했다고 한다. 기초과학·공학의 기반이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더 늦기 전에 이공계 출신에게도 밝고 안정적인 미래가 보이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2007-02-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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