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인생도처…/최태환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인생도처…/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7-02-12 00:00
수정 2007-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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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현대(小中顯大). 작은 데서 큰 게 드러난다는 뜻이다. 중국 당(唐)말 최고의 문인·서예가 동기창이 집착했던 글이다. 짧지만 멋과 기품이 도저하다. 문화계의 ‘낭인’이었던 어떤 이가 이 글을 가슴에 담았다. 서예대가 김충현선생을 찾아가 글을 써달라고 졸랐다.2점을 받아 표구했다.

민중미술과 닿아있던 그의 형편은 뻔했다. 이런저런 문화강좌 출강이 전부였다. 호구지책도 어려웠다. 종종 불러준 ‘형님’이 유력한 후견인이었다. 문화담론을 즐기는 기업인이었다. 어느날 표구 2점을 갖고 그를 찾았다.“일중 선생 글씨입니다. 한 점 고르십시오. 이 게 나은 것 같은데.”“그렇구먼, 그럼 자네가 나은 걸 갖게. 난 저 걸로 하겠네.”낭인은 깜짝 놀랐다. 서슴없이 양보한 그의 대범함. 역시 ‘형님’은 고수였다. 그는 지금도 그 글을 보면 형님생각이다. 반대였다면 어땠을까.‘좋은 건 그분이 갖고 있는데’늘상 아쉬웠을 것이다. 어찌 ‘형님’뿐이랴. 인생도처, 고수들이다. 얄팍한 잔머리에게 안 드러날 뿐이다. 낭인은 지금 문화계 고위인사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2007-02-1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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