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갈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어제 또다시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를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당면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전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묵은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대통합 차원이라고 밝혔다. 비리의 사면·복권이 국민통합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공허할 뿐이다. 정권의 생색내기용 사면·복권은 또 다른 논란과 통합을 저해할 뿐이라는 게 다수 국민들의 정서다. 정권 담당자들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이번 사면·복권 대상 인사는 434명이다. 규모 면에서 크다 할 수 없지만, 정치·경제계 주요 인사가 망라돼 있다.YS,DJ정권 시절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사람들과 전 재벌그룹 회장 등이 두루 포함됐다. 한결같이 국민들에게 엄청난 실망을 안겨주고 지탄을 받았던 인물들이다. 또 일부 제외된 인사들과의 형평성을 보더라도, 자의적인 잣대로 선정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참여정부 말기에, 그것도 대통령 선거의 해에 이뤄진 사면이 더욱 곱지 않게 보이는 이유다.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사면이라는 지적이 그럴듯해 보이는 소이이기도 하다.
무리한 사면·복권은 통합보다는 법의 엄정성과 형평성을 훼손할 뿐이다. 흔들리지 않는 법적용과 집행은 법치주의의 근간이다. 우리가 기회 있을 때마다 통치권자의 신중한 사면권 행사를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 등에서 제기해온 사면권 제한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장치 마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제도적인 틀을 통해 원칙 없는 사면 등의 전근대적 ‘시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2007-02-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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