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있을 17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이용자 자체 제작물(UCC)의 허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보기술 발전의 산물인 UCC의 급속한 확산은 작년 미국 중간선거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였으며, 이번 우리나라 대선의 향방에도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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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 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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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 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처럼 UCC가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그것이 유권자에게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이 불순한 의도로 악용될 경우,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 방안 마련이 어렵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잠재적으로 커다란 파괴력을 가지고 있으나,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를 폭탄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UCC의 잠재적인 위험성과 적절한 규제 방안 마련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현행 공직선거법을 UCC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한다는 원칙만을 강조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 여부는 표현방법이 아닌 그 내용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판단이 매우 자의적일 수밖에 없으며, 또한 판단이 내려진다 해도 그때는 이미 그 파급 효과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미 대선 주자들과 관련된 UCC 동영상이 네티즌 사이에서 널리 유포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선관위는 두 개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해당 UCC 14건의 삭제를 요청한 바 있다. 이 중 특정 정당을 현저히 비방하는 게시물은 단 1건이며, 대부분은 야당 대선 주자의 피아노 연주, 개그 패러디물, 민심체조 등의 내용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제재 조치를 내린 기준이 자의적이다. 개인 블로그 게시는 괜찮지만, 누구나 지속적으로 볼 수 있는 포털사이트에 올리는 것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선관위의 입장이다. 애매모호한 기준이다. 게다가 이러한 제재 조치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UCC가 다른 포털사이트에는 버젓이 올라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영상물을 보았으며, 또한 앞으로도 보게 될 것이다.
선관위의 어려움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명확한 기준을 만들 것을 요구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선관위가 안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의 선거법이 너무 현실감 없이 규제 중심적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선거운동기간을 자의적으로 정해 놓고 그 기간 이외에는 선거운동을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선 주자들 중 넓은 의미에서의 선거운동을 안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묻고 싶다. 사실 정치인의 입장에서 보면 선거운동은 일상적인 일이다. 이를 시기적으로 규제한다는 발상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UCC는 유권자의 자발적인 정치참여의 한 형태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투표가 매우 수동적인 참여 형태임에 비해 UCC를 통한 참여는 상대적으로 자발성이 높으며, 따라서 보다 성숙된 민주정치를 위해 필요한 소중한 자산이다.
이러한 귀중한 자산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규제 중심의 현행 선거법을 개정해 나가는 동시에, 유권자의 의사 표현 자유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후보의 인격보호와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균형 감각이 필요할 것이다.
김욱 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07-02-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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