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정치와 뻐꾸기/이목희 논설위원

[씨줄날줄] 정치와 뻐꾸기/이목희 논설위원

이목희 기자
입력 2007-02-06 00:00
수정 2007-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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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새끼가 종달새 새끼를 둥지 밖으로 떨어뜨리는 TV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열흘 이상 뻐꾸기 알을 정성스레 품었던 종달새 어미. 자식을 죽인 원수를 또다시 거둬먹인다. 큰 덩치에 먹이를 빼앗듯 받아먹는 뻐꾸기 새끼의 끝없는 탐욕. 출생의 비밀을 알면 사랑하기 힘든 새가 뻐꾸기다.

정치권에 뻐꾸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이 “이제는 뻐꾸기 둥지(범여권)로 돌아와야 할 때”라고 한나라당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게 추파를 던졌다.“나는 뻐꾸기가 아닌 손학규”라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손 전 지사의 범여권 후보설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여권의 대선후보 적합도를 물었더니 손 전 지사가 24.7%로 수위를 달렸다고 어제 한 언론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의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후보로는 도대체 뜨질 않는 손학규. 그는 ‘찍새와 딱새’를 트레이드 마크로 내걸고 있다. 경기지사 시절 찍새가 외국기업을 찍어 오면 딱새가 행정지원으로 닦아주는 시스템을 운영했다는 것이다. 찍새·딱새가 배반의 뻐꾹새로 변신하면 집권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손 전 지사에게 범여권 후보를 권유하자 술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나는 이리 빼서 저리 넣는 벽돌이 아니다.”며 한나라당 사수를 강조하고 있다. 측근들은 “왜 야당 주자를 여권 후보에 넣어서 여론조사를 하느냐.”고 항변하는 모양새를 취한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 한 측근은 “손 전 지사가 먼저 한나라당을 깨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정치 뻐꾸기의 선례도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스스로는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했지만 3당합당 후 대권후보 쟁취과정은 뻐꾸기의 둥지뺏기였다. 김대중 정권의 동교동계는 노무현·이인제라는 두마리 뻐꾸기를 길렀고, 결국 노 대통령이 둥지를 차지했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새가 나온다. 하나의 세계였던 알을 파괴하고 ‘아브락사스’라는 신에게로 날아가는 새다. 남의 둥지를 차지하거나, 길러준 둥지를 떠나려면 신세계 창조를 향한 청사진이 명확해야 한다. 아브락사스라는 명분이 있다면 모를까, 집권만을 노린 뻐꾸기는 이제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7-02-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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