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희롱 휴가’까지 챙겨주는 공기업

[사설] ‘성희롱 휴가’까지 챙겨주는 공기업

입력 2007-01-23 00:00
수정 2007-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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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점입가경이다. 기획예산처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올라온 기관별 이사회 의사록을 보면, 공기업은 직장인지 놀이터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 간다. 주5일 근무제로 업무가 빠듯할 터인데, 온갖 명목으로 휴가 일수를 늘려놨다. 성희롱 대상자를 위로하기 위한 5일 휴가가 있는가 하면, 창립일이 휴일이면 그 다음 날 쉬고, 사회봉사한답시고 또 쉬게 하는 등 휴가를 남발하고 있다. 공휴일과 연차휴가도 모자라 각종 대체휴가에,‘성희롱 휴가’같은 듣도 보도 못한 휴가까지 챙겨준다니 가관이다.

그뿐인가. 무슨 돈이 그리 많아 후생복지 규정에 따라 상여금·조위금도 펑펑 쓴다고 한다. 일부 공기업에서는 배우자의 외조부모 사망 때도 기본급의 100%(평균 200만원)를 조위금으로 준다고 한다. 대학생 자녀를 둔 직원에게 무이자 학자금 대출 관행은 여전하고 성과등급 최하위 직원에게도 상여금 330%를 준다니, 상식을 한참 벗어났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빚더미에 올라 앉은 공기업들의 행태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시원찮을 판에 뒷일이야 어찌됐든 빚을 내서라도 우선 쓰고 보자는 식 아닌가.

더 큰 문제는 이런 작태가 사외이사들의 강력한 제지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시행된다는 점이다. 이는 약점 많은 ‘낙하산 기관장’과 최대의 수혜를 끌어내려는 노조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관행처럼 굳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공기업도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자생할 수 없는 시대다. 정부는 공기업의 생산성과 역할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통해 민영화든, 도태시키든 지속적으로 관리·정비해 나가야 한다. 몇몇 사명감 넘치는 사외이사에게만 견제와 감시기능을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다.

2007-01-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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